로또 1등. 설레는 단어다. 평생 복권을 한 번도 사지 않은 사람도 당첨되면 무얼 할지 상상은 한번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사진)는 조금 낯설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주인공은 그냥 아무 일도 없듯이 다니던 직장에 계속 출근한다. 그런데 주인공이 달라진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주변 눈치를 보던 그는 스스로에 대해 더 솔직해지고 당당해진다. 자연스럽게 일에서도 더 인정을 받는다.
로또가 없던 능력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니었다. 주인공은 그동안 직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배우며 버텨왔다. 당첨금이란 믿는 구석 하나가 생기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무언가를 배우고 해내며 살아간다. 스펙을 쌓느라 청춘을 보내는 대학생도,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을 갈아 넣으며 책임을 다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랜 노력이 실력을 만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쌓아 온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특히 불안정한 사회는 우리가 스스로 지닌 가치를 응시하지 못하게 눈을 가린다.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는 삶 속에서는 무엇이 어긋날지에 대한 불안이 먼저 차오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불안의 주의 편향처럼, 마음은 이미 이뤄낸 성과나 잠재력보다 다가올 실패와 위험 신호에 먼저 반응한다. 결국 우리는 오랜 시간 쌓은 실력 대신 실패의 그림자에 마음을 내어주고 만다.
스스로의 가치를 로또 당첨과 같은 큰 행운이 있어야 비로소 믿을 수 있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로또가 주인공에게 준 믿는 구석을, 현실에서는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큰 행운 없이도, 몇 번의 실패 앞에서도 애써 쌓아 온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 그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