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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출범하는 중수청·공소청... 범죄자만 웃는다”[장세정의 세상을 묻다]

중앙일보

2026.09.29 08:14 2026.09.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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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형사송법학회장의 '형사사법체계 대수술’ 진단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이재명 정부의 형사사법 체계 전면 대수술에 따라 오는 10월 2일부터 일선 수사 시스템에 전례 없는 격변이 예상된다. 검찰청은 1948년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쪼개진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공수처가 있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사실상 경찰에 수사 권한이 집중되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는 셈이다.
대안 없이 검찰수사권 전면 폐기
부실수사로 무죄 나도 책임 모호

경찰 사건 처리 지연 불 보듯 뻔해
피해자 보호 등 부작용 속출 우려

경찰과 공소청 '사건핑퐁' 예상
행정-수사경찰 기능·조직 분리를
이를 두고 수사 현장에서는 사건 폭주에 따른 처리 지연 등을 걱정하고, 인권변호사들과 시민단체는 피해자 보호 부실 등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한다. 법학계의 시각이 궁금해 이근우(56) 형사소송법학회 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을 만났다. 이 회장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정책 제안을 내놨고, 이재명 정부에서 만든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대표적 '검찰개혁론자였다. 하지만 그런 이 회장도 '검수완박'으로 표현되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안과 새 형사사법 체계엔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근우 형사소송법학회 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은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 세워진 '법의 여신상' 앞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졸속으로 개정된 형소법 시행 초기부터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근우 형사소송법학회 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은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 세워진 '법의 여신상' 앞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졸속으로 개정된 형소법 시행 초기부터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Q : -72년 만의 형소법 개정을 총평하면.
A : "처음부터 형사사법적 타당성보다는 정치적으로 권력 분산 차원에서 진행됐다. 형사 절차 관련 법인데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통과됐다. 법 시행 이후 한동안 많은 부분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수술에 비유한다면 더 건강해지려는 목적의 수술이 아니어서 조만간 추가 수술, 즉 보완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강경파에 휘둘려 보완수사권 폐지

Q : -정부와 여당은 왜 이렇게 서두르나.
A : "지난해 10월까지도 민주당 지도부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올해 들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보완수사권도 검사의 수사권이니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형소법 개정 관련 준비가 너무 부족한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좀 더 정교하게 법을 다듬어 내년 1월로 시행을 늦춰야 했는데, 강성 지지층과의 약속 등 여러 정치적 이유 때문인지 그대로 강행하니 부작용이 걱정스럽다. 독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잘못된 깃발을 따라가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


Q : -'검수완박'은 결국 검찰의 자업자득 아닌가
A : "그동안 검찰청이나 검사라고 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여겨진 면이 있었다. 독재의 칼이 됐던 적도 있었지만, 그건 경찰도 군도 마찬가지여서 검찰만 비난할 순 없다. 민주화 이후에 정치적 부패나 재벌 범죄 등을 처벌하는 데 검찰이 기여한 부분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특정 정치 상황에서 일부 검찰이 현실 정치의 주체처럼 행동한 것이 문제이고, ㅁ그로 인해 검찰 개혁의 명분이 생겨났다. 그동안 검찰과 검사가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에서 한 축을 담당해왔는데, 그 기능 중에 중요한 수사 권한을 확실한 대안 없이 전면 폐기함에 따라 초래되는 혼란이 큰 문제다."
2025년 7월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당시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025년 7월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당시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Q : -검찰 폐해를 없앤다면서 '정치 특검'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A : "정치검찰을 비난하는 이들도 일정 시기에는 검찰을 정치에 활용했고, 스스로 정치검찰 역할을 한 이들도 있다. 특별검사제도 자체는 기존 형사사법적 수사와 기소에 대한 불신, 특히 집권 세력의 정치적 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요즘은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집권 세력이 특검을 활용하고 있다. 이 자체가 모순적이다. 검사의 수사 권한을 박탈하면서 특검에는 수사를 허용하는 것도 모순적이다. 하지만 특검의 호황도 머잖아 저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수사지휘권 폐지 잘못
이 교수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정부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앞서 여당 강경파들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사퇴한 박찬운 초대 위원장(한양대 법전원 교수)의 후임이었다.


Q : -학계와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주장해 온 검찰개혁과 현실화된 정부의 검찰개혁 결과물은 많이 다른가.
A : "사실 검찰 수사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다. 대다수 형사법학자가 공감하는 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바람에 검찰개혁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수사지휘권이 존치됐다면,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같은 문제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검사로 하여금 경찰 수사를 꼼꼼하게 지휘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검사를 징계하면 된다. 이제는 모든 수사권 행사자(사법경찰관)의 수사 권한이 자체 판단에 맡겨지면서 이를 감독할 제도와 시스템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지난 9월 11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원장 정웅석) 주관으로 열린 형사정책 세미나와 형사사법개혁 국민대토론회에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지난 9월 11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원장 정웅석) 주관으로 열린 형사정책 세미나와 형사사법개혁 국민대토론회에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Q : -보완수사요구권으로 경찰 수사를 바로 잡을 수 있겠나.
A : "부당하고 불법적인 경찰 수사에 대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특히 구체적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유형의 범죄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피의자와 수사기관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그럴듯한 타협안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실체적 정의에 어긋난 수사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개정 형소법처럼 한국 국회가 만든 법 조항들이 너무 엉성해 법 기술자들이 얼마든지 조작하고 악용할 여지가 많다."


Q : -개정 형소법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A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개정 형소법에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해 곳곳에 폭탄 같은 위험이 숨어 있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검사가 불기소하는 경우만 주로 논의했지만, 불기소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 언제든지 새롭게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재기수사를 누가 결정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공소청 검사가 기소했는데, 수사에 하자가 있어서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는 경우가 문제다. 증거 부족, 심신상실 등을 이유로 무죄라고는 표현하지만, 'not guilty(유죄 아님)'이지 'innocent(죄 없음)'는 아니다. 이 경우 과거에는 수사지휘에서 공소유지까지 맡은 검사에 책임을 물었는데, 앞으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문제로 남는다. 재판 결과에 따라 담당자를 수사 과오로 징계하려 해도 일반징계 시효라 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할 수도 없다."


Q : -'전건송치'를 되살리자는 지적이 많은데.
A : "경찰 수사 사건 모두를 검찰에 보내는 전건송치를 의무화하면 지금보다 수사기관의 자의적 종결을 방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처음부터 검사의 책임 하에 유권적 조기 개입을 허용하는 것이 더 낫다. 수사결과뿐 아니라 수사 개시와 진행 과정 모두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수사지휘권 회복이다."

준비 부족인데 왜 이리 서두르는지 의문

Q : -형소법 개정으로 범죄자가 웃을 거라는데.
A : "경찰의 사건 송치,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와 재송치 반복으로 '수사 핑퐁'이 생길 수 있고, 형사사건 처리 기간이 훨씬 길어질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게 불보듯 뻔하다. 왜 10월 2일이라는 특정 일자에 맞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어설픈 상태에서 형소법의 전면적 체계 변화를 강행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금만 더 고민하고 준비하면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그에 따라 생길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데도 ‘더 나은 형사사법’이라 부르면서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왼쪽),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7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수사 내부 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왼쪽),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7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수사 내부 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다음 달 2일부터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 건물을 사용하지만, 중수청은 서울 을지로 골뱅이 골목 인근 임차 건물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초대 중수청장이 공석이라 뒤숭숭한 상황이다.


Q : -중수청은 개문발차할 상황이다.
"지금 상태라면 중수청은 법 시행 이후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준비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 후에도 내부 조직 정비, 업무 분장, 인수한 사건 정리 등으로 새로운 사건을 진행하기 힘든 상태가 될 것 같다. 정신없이 헤쳐 모이는 와중에 바뀐 중수청 수사관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동안 피의자들만 좋아하고 웃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국가수사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Q : -이제는 경찰개혁이 시급한데.
A :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경찰의 자체적인 개혁방안으로는 뼈도 살도 바꾸기 힘들 것이고, 머리 모양이나 화장정도만 바꿀 듯하다. 경찰청 본청이나 국가수사본부는 개혁 방안을 제시하겠지만, 실행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다가 결국 흐지부지될 수 있다. 경력도 없는 초짜 변호사를 채용해 직함만 그럴듯하게 붙여 경찰서 수사 부서에 앉힌다고 수사감독이 제대로 되겠나."


Q : -범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A : "경찰 자체의 고질적 문제다. 수사경찰의 자질, 경험 많은 수사인력의 이탈이 심각하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 수사는 선망의 대상도 아니고 승진하기 좋은 업무도 아니다. 광주 장윤기 사건과 제주 부 경장 사건을 계기로 수사의 공정성과 완결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졌지만, 파격적 정책이 없다면 경찰의 수사 품질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찰 조직이 수사에 제대로 책임질 생각이 있다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수사전문 요원 별도 선발, 경찰 내부 수사지휘 계통과 행정경찰 계통의 기능적·조직적 분리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앞에 1984년 10월 20일 세워진 '법의 여신상'. 그리스 신화에서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를 형상화했다. 오른 손에 든 저울은 공평과 정의를, 왼손에 쥔 칼은 법 집행의 엄격함을 상징한다. 장세정 기자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앞에 1984년 10월 20일 세워진 '법의 여신상'. 그리스 신화에서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를 형상화했다. 오른 손에 든 저울은 공평과 정의를, 왼손에 쥔 칼은 법 집행의 엄격함을 상징한다. 장세정 기자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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