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로 위장한 수사관이 유치실에서 용의자와 대화를 나누는 ‘퍼킨스 작전’의 모습. 경찰 신분을 숨긴 채 범죄 관련 진술이나 자백을 끌어내는 잠복수사 방식이다. [AI 생성 이미지]
수사관이 수감자로 위장해 용의자와 같은 감방에 들어간다. 경찰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누며 범죄 관련 진술이나 자백을 끌어낸다. 가주 수사기관에서 활용해 온 이른바 ‘퍼킨스 작전(Perkins operation)’의 수사 방식이다.
비영리 언론 캘매터스는 최근 가주에서 퍼킨스 작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수사 기법 자체를 폐지하기보다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28일 보도했다.
퍼킨스 작전은 경찰관이나 수사관이 수감자로 위장해 구치소 등에 있는 용의자에게 접근하는 잠복수사 기법이다. 용의자는 상대방을 동료 수감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경찰 조사와 달리 ‘미란다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란다 원칙은 경찰이 구금된 용의자를 신문할 때 묵비권과 변호인 선임권 등을 사전에 고지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1990년 ‘일리노이 대 퍼킨스(Illinois v. Perkins)’ 판결에서 이 같은 수사 방식이 미란다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살인 용의자 리처드 퍼킨스가 수감된 감방에 신분을 숨긴 수사관을 투입했다. 퍼킨스는 상대가 경찰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인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대법원은 용의자가 경찰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만큼, 일반적인 경찰 신문에서 발생하는 강압적 환경과 다르다고 봤다. 이후 가주 법원 역시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왔다.
다만 최근 가주 항소법원 판결을 계기로 퍼킨스 작전의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올해 판결이 나온 ‘피플 대 자파타(People v. Zapata)’ 사건이 대표적이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수사당국은 살인 용의자 제이슨 자파타가 수감된 유치장에 위장 경찰관들을 투입했다.
그러나 자파타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제복을 입은 셰리프국 요원이 개입했다. 해당 요원은 가짜 용의자 지목 절차를 연출한 뒤, 목격자가 자파타를 살인범으로 지목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자파타는 변호사를 요구했으나 다시 유치실로 보내졌다. 이어 제복 요원이 살인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통보하자, 위장 경찰관들이 즉시 질문을 재개했다.
가주 제4항소법원은 이를 단순한 수감자 간 대화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복 경찰이 직접 개입해 용의자를 압박한 직후 위장 경찰관들이 질문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일반적인 경찰 신문과 동일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자파타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캘매터스는 이 판결이 퍼킨스 작전 자체의 무용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제복 경찰이 개입하면서 잠복수사가 사실상 일반 신문으로 변질된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짜 증거나 거짓말, 대립적 질문 등에 의존하는 기존 수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퍼킨스 작전은 갱 총격이나 장기 미제 살인 사건 등 해결이 난해한 사건에서 중요한 수사 기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잠복수사를 폐지하기보다 경찰의 직접적 개입을 제한하고, 용의자와의 신뢰 형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과학적 면담 기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