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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 노인 초진료 1880→4240원…환자·의사 다 불만 까닭

중앙일보

2026.09.29 13:00 2026.10.0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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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의료기관의 모습. 뉴스1

대구광역시 의료기관의 모습. 뉴스1

동네의원에 65세 이상 노인이 외래 진료를 받으면 부담을 깎아준다. 대신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한다. 노인 외래 진료 정액제, 노인 외래 진료 할인제라고 불린다.

이 제도를 적용하는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지 않는 데다 할인제 기준선을 손대지 않으면서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64세 이하 비(非) 노인이 동네의원에 가면 30%를 부담한다.

65세 이상 노인은 다르다. 할인 방식은 이렇다. 총 진료비가 2만5000원 이하를 세 구간으로 나눈다. 1구간은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만 낸다. 64세 이하 비노인은 30%인 4500원을 낸다. 노인은 3000원을 깎아주는 셈이다.

2구간은 총진료비가 1만5001~2만원이면 10%를 낸다. 3구간은 총진료비가 2만1~2만5000원일 때 20%를 낸다.

왜곡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매년 수가가 오르면서 진료비가 오르는 반면 1~3구간 기준은 2018년 이후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진료 수가는 매년 2% 안팎 오른다. 외래 진료비도 오른다. 같은 진료를 받아도 1구간에서 2구간으로, 2구간에서 3구간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생긴다. 시간이 흐르면 1구간 해당자는 줄고 2,3 구간은 늘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자료에 따르면 동네의원 노인 외래 진료 중 1구간이 2021년 5686만건에서 지난해 3206만건으로 44% 줄었다. 반면 2구간 진료는 57%, 3구간은 77% 늘었다.

기준선이 오르면서 할인 구간을 벗어나는, 즉 총진료비가 2만5000원을 넘는 경우도 증가한다. 4년 새 58% 늘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진료비의 20%만 내다 30%로 올랐다.

노인은 의원에 자주 간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구간이 바뀌고, 부담이 늘면 의원 측에 불만을 토로한다. 동네의원 원장이 잘못하는 것도 아닌데 환자 항의를 감당하는 게 결코 달갑지 않다. 치과의원·한의원도 비슷하다.

진료비 할인이 적용된 동네의원 진료가 지난해 1억1797만건이다. 치과의원은 601만건, 한의원이 3856만건이다. 지난해 여기에 5700억원 들어갔다.

내년에는 동네의원 수가가 더 오른다. 수가 체계 개편 몫까지 더해져 6% 오른다.

처음 갈 때 적용하는 초진료가 올해 1만8840원에서 내년에 2만1210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노인 부담이 1880원에서 4240원으로 껑충 뛴다.

처음 가면 혈액·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받을 때가 많다. 내년에 검사 수가가 꽤 내려가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노인 부담이 내려갈 수도 있다.

두 번째 이후 적용하는 재진료는 올해 1만3370원에서 내년에 1만4030원으로 오른다. 노인 부담이 1500원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혼란을 줄이려 정부가 2018년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인 진료비 할인제에 적용하는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노인 연령 기준의 첫 상향 시도라서 관심을 크게 끌었지만 ‘초안 발표’로 그쳤고, 추가로 논의되지 않았다.

모든 복지에 적용하는 노인 기준을 바꿔야 하는데, 진료비 할인제만 먼저 바꾸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시도는 2012년 기획재정부가 불을 당겼다. 중장기 전략보고서에서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5월 당사자인 대한노인회가 공식 제안했고, 문재인 정부 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19년 1월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불씨를 살린 사람은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다. 2024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노인 연령 기준을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일부 지자체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다.

노인 연령 기준만 바꾸면 안 된다는 주장도 강하다. 연령을 올리면 기초연금을 비롯한 20여개 복지가 영향을 받는다. 은퇴 후 소득 공백 기간도 확대된다. 그래서 정년 연장, 계속 고용이나 재고용 확대, 임금 조정 등의 복잡한 문제와 연결된다.

노인 진료비 할인제만으로 돌아와서 따져보자. 노인 의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5%를 차지한다. 특히 노인 1인당 평균 외래 진료 횟수가 지난해 17.8회이다. 전체 평균(10.9회)보다 월등히 높다. 선진국보다 훨씬 많이 간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진료비 할인제의 1~3구간 기준선을 올리면(완화하면) 의료 이용이 더 늘 수 있다. 현장에서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지만, 기준을 완화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 1구간 기준, 즉 1만5000원 이하 1500원이란 기준은 21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행대로 죽 가면 1→2→3구간으로, 나아가 할인제 미적용 구간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냥 두는 게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주장까지 듣고 있다. 그리고 당장 손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힘들어한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30일 기자회견 열어 개선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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