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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박하다 꼬리내린 美 정부 챗봇…“정치적 질문 답 못해”

중앙일보

2026.09.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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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야심차게 선보인 미 연방정부의 챗봇 웹사이트 ‘아메리카닷거브’(America.gov)가 지난 2020년 대선, 기후변화 등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의 기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답을 하다가 돌연 입장을 바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입장 변경은 트럼프가 아메리카닷거브 출범 행사에서 발언하던 도중 이뤄졌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멜런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새 AI 기반 정부 웹사이트 ‘아메리카닷거브’(America.gov) 출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멜런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새 AI 기반 정부 웹사이트 ‘아메리카닷거브’(America.gov) 출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앤드루 W. 멜런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아메리카닷거브 공개 행사에서 “이를 통해 연방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앞을 가로막지 않고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게 된다”며 “정부에서의 이런 혁신은 초지능(SI, 트럼프가 인공지능을 바꿔부르는 말)으로 할 수 있는 일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이는 연방정부에 대한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는 하나의 정문”이라며 “모든 대답이 쉽고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메리카닷거브는 AI 챗봇형 통합 정부 포털이다. 여러 연방기관 사이트를 돌아다닐 필요 없이 아메리카닷거브에 질문하면 챗봇이 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하도록 설계됐다.

아메리카닷거브는 단순히 연방정부 홈페이지 개편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도 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트럼프는 사기나 음모라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메리카닷거브 공개는 “걱정하는 대중에 AI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아메리카닷거브가 트럼프의 기존 주장과는 다른 답변을 내놓다가 갑자기 답할 수 없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꿔 배경이 주목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메리카닷거브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처음에는 “연방 공식 자료에 따르면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바꿨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산발적인 선거 범죄는 실제로 발생했으나 기소됐다”고 답했다.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다른 답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역시 사기로 일축해 왔는데, 아메리카닷거브는 “연방 정부의 기후과학 자료는 최근의 온난화 현상이 화석연료 연소를 비롯한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고 답했다.

AP는 “하지만 이날 공식 출범 행사에서 트럼프가 연설하던 중 아메리카닷거브는 답변 내용을 일부 수정하기 시작했다”며 “2020년 대선에 대해 다시 묻자 아메리카닷거브는 ‘정치적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 기자가 아메리카닷거브에 이란전이 국제법적으로 적법한지 묻자 “적법성은 법률가나 법원이 판단해야 할 일”이라며 “법적 의견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도화된 AI가 재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묻는 데는 “답할 수 없다”며 “나는 미국 정부 서비스와 공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AI 위험에 대한 과학적 논쟁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AI 기업 수장들과의 오찬에서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강력한 자율규제(tremendous self-regulation)가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을 통해 자동적으로 규제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자율규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AI 규제 체계를 만들기보다 기존 사법·법집행 체계를 활용하고, 업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이른바 ‘초지능 오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자리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함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사티아 나델라 CEO, 아마존에서는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제프 베이조스가 참석했다. 오픈AI에서는 샘 올트먼 CEO 대신 그레그 브록먼 사장이 참석했다. 앤트로픽에서는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참석했다. 황과 머스크가 트럼프의 양옆에 앉았고, 아모데이와 브록먼은 조금 떨어진 자리였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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