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한인회, 이승만·맥아더 동상 건립 놓고 대립 법원은 “행사 개최하되 동상 설치는 금지” 명령 대화·타협 대신 사안마다 법적 다툼 소모전
29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 도착한 이승만·맥아더 동상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승만·맥아더 동상건립준비위원회가 다음달 1일 한인회관에서 개최하는 제막식 행사에서 동상을 세울 수 없게 됐다.
박은석 한인회를 대변하는 구민정 변호사에 따르면 귀넷 카운티 법원에서 두 한인회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라일 포터 특별 재판관은 28일 한국과 미국 각지에서 약 1000명이 방문할 것이라는 유진철 한인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행사를 개최하되, 동상은 설치하지 말라는 구두 명령을 내렸다.
‘박은석 한인회’와 회관을 점유하고 있는 ‘유진철 한인회’는 작년부터 민사소송을 이어가며 회관 사용 등의 사안을 두고 심리를 여러 번 거치고 있다. 박은석 한인회의 8월 광복절 기념식 회관 개최에 관해 귀넷 법원에서 심리가 열렸으며, 최근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회관에 세우는 건으로 양측에서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만기념사업회 애틀랜타지회와 한미연합회(AKUS) 애틀랜타지회 임원들이 주축이 된 동상건립준비위원회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동상 제막에 정치적인 의도는 없으며, 한미동맹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예정대로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상 제막식은 두 한인회의 법적 분쟁에 발목을 잡혔다. 민사소송 중 한인회관에 동상 또는 기념물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법원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8월 14일 특별재판관이 내린 명령에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들은 한인회의 자산을 매각 및 양도하거나 담보권을 설정하는 등 기타 방식으로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함께 한인회관에 기념비, 동상, 기념물을 설치, 건립, 철거, 이전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구민정 변호사는 이같은 명령에 대해 “소송 중 ‘현상 유지(status quo)’가 일반적이고, 중립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소송의 피고인 유진철 한인회장은 제막식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9월 14일 법원에 이승만 동상 건립 허가 긴급 신청 및 신속 심리를 요청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법원 문서에 의하면 “한인회는 2026년 7월 27일 서면 계약을 체결했고, 부지 사용 대가로 이미 5만 달러를 받았다”며 “동상이 설치되지 않을 경우 한인회가 계약을 위반하게 되고 손해배상 책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린 심리에서 행사는 개최하되, 동상은 설치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한편 이승만·맥아더 동상은 29일 오후 1시쯤 한인회관에 도착했다. 동상준비위 관계자는 “임시로 세워놓고 행사만 진행할 예정이다. 나쁜 일이 아니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인데, 법을 지켜가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위는 원래 동상을 올려놓으려 했던 단상이 아닌, 그 앞에 동상을 세워놓고 행사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인회 분쟁을 작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60대 한 남성은 “이승만 기념관이 생긴다는 뉴스를 봤는데, 동상을 거기다 세우면 이렇게 분쟁이 있지 않는 게 아니냐”면서 “두 한인회 간 대화를 해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언제까지 법원에서 다투는 소모전을 벌일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대화와 타협, 양보를 통해 한인사회 내부에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