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올해 국세 수입이 역대 최대인 47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5개월 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63조원 넘게 늘어난 숫자다.
30일 재정경제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000억원으로 재추계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추경에 반영한 국세수입(415조4000억원)보다 63조2000억원(15.2%) 많은 수준이다.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예상(390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88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실적(373조9000억원)보다는 104조70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세수가 이렇게 늘어난 건 반도체 호조로 법인세 수입이 큰 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법인세 전망은 추경 기준(101조3000억원)보다 35조원 늘어난 136조4000억원으로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추경 편성 당시인 2월 339조원에서 이달 638조원으로 2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두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2월 시장 전망은 각각 79조원·67조6000억원이었지만, 실제 실적은 146조7000억원·98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김병철 재경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전날(29일) 브리핑에서 “추경 편성 당시에는 반도체 양사의 영업이익을 638조원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당시 예측하기 어려웠던 호황 등으로 인해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전망보다 대폭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소득세 전망도 추경 때보다 15조6000억원 늘어난 152조4000억원으로 높였다. 반도체·금융업 성과급과 반도체 기업 특별배당, 주택거래 확대 등이 근로·배당·양도소득세 증가에 영향을 줬다. 증시 활황에 증권거래세는 1조9000억원, 농어촌특별세는 6조7000억원 각각 상향했다.
이 같은 초과세수는 정부가 신설을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확대로 이어진다. 이번 재추계 결과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초과세수는 56조2000억원이다. 정부가 발의한 미래대응기금법에서 초과세수는 ‘내국세 세입예산 중 애초 내국세 세입 예산액(추경 편성 시는 추경 기준)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정의돼있다. 이번에 재추계한 내국세 전망치(424조3000억원)는 추경 당시 전망치보다 56조2000억원 많아 이론적으론 이 금액 만큼을 기금에 적립할 수 있다. 여기에 기금의 기본 재원인 추가세수(내년 내국세 세입예산 중 최근 10년 추세선을 웃도는 몫) 162조3000억원까지 합하면 최대 218조원까지 기금 재원으로 쌓을 수 있다.
다만 아직 초과세수 중 얼마를 기금에 적립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김병철 재경부 정책관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미래기금 관련 법에는 ‘초과세수를 미래기금에 전입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다”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고채 발행 물량 줄이는 데에도 초과세수 일부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를 주재하고 최근 거시경제·재정·금융 분야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발표된 세수 재추계 결과, 반도체 호황으로 국세수입이 추경 편성 당시 전망보다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경제 여건에 맞춰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글로벌 금리 상승과 대내 요인이 맞물려 국내채권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국고채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금리 상승 폭이 과도할 경우 긴급 바이백과 함께 초과세수 일부를 활용한 국채 발행물량 축소 등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