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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베개/ 집게, 지게

Los Angeles

2026.09.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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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는 ‘베게’가 아니라 ‘베개’다. 한데 현대 한국어에선 ‘애’와 ‘에’의 소리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베개’라고 적든, ‘베게’라고 적든 말로 할 때는 같은 소리로 들린다. 그래서인지 ‘베게’라고도 적는 일이 적지 않다.
 
‘베개’의 중세국어 형태는 ‘벼개’였다. 고려 건국기인 10세기 초부터 임진왜란이 발생한 16세기 말까지의 우리말을 중세국어로 분류하는데, 이 시기에는 ‘애’와 ‘에’의 구별이 뚜렷했다. 당시 ‘애’는 이중모음 [아이], ‘에’는 대체로 [어이]에 가깝게 발음됐다고 본다.  
 
‘베개’를 ‘베게’로 적기 쉬운 또 다른 이유는 앞 글자 ‘베’에 있다. ‘베’의 모음이 ‘ㅔ’이다 보니 시각적 대칭이나 흐름상 뒤의 글자에도 자연스레 ‘ㅔ’가 붙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집게’나 ‘지게’처럼 ‘-게’로 끝나는 낱말들이 익숙해서 ‘베개’도 ‘베게’일 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베개’는 동사 ‘베다’의 어간 ‘베-’에 접미사 ‘-개’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개’는 도구나 물건이란 뜻을 더한다. ‘베개’를 비롯해 ‘날개’ ‘덮개’ ‘지우개’ ‘싸개’ 같은 말들에서 그런다. 어떤 사람이란 뜻도 붙이는데, 이때는 대상을 낮춘다. ‘오줌싸개’ ‘코흘리개’가 보인다.
 
국어사전에 ‘-개’는 있지만, 같은 구실을 하는 ‘집게’의 ‘-게’는 없다. 현대 우리말에선 ‘-게’가 생산성이 없고 쓰이지 않아서다. ‘집게’와 ‘지게’는 역사적으로 ‘-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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