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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하늘의 유성이 된 전유성을 그리며

Los Angeles

2026.09.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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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

2025년 가을의 초입,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났던 전유성 형의 1주기가 되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날카롭고 유쾌한 시선으로 대중을 위로해주던 사람, 몸개그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진지한 얼굴로 툭 던지는 말 한마디의 가치를 증명했던 그는 많은 후배의 대부이자 개그계의 거목이었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다정한 형이었습니다. 형이 남긴 빈자리를 바라보며 그가 남긴 웃음의 철학과 삶의 발자국을 찬찬히 추억해 보려 합니다.
 
형을 처음 만난 것은 1970년대 대학 시절, 당시 저는 같은 과 친구와 포크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형의 동생으로 광화문의 음악 감상실에서 DJ를 하던 전익송 선배의 소개로 귀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 형이 기획했던 포크 콘서트와 남산 드라마 센터에서 열린 ‘전유성 판토마임 발표회’ 등 많은 행사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후 형이 운영하던 서대문 통기타 카페 ‘도날드’와 이대 앞 ‘맥심’, 광교의 ‘태평양’ 등 다운타운 음악가에서 잠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형의 따뜻한 주선 덕분이었습니다.  
 
1982년 미국에 온 이후에도 형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1993년에는 형이  직접 제작, 감독, 출연까지 했던 무성영화 변사극 ‘순애 내사랑’(변사 최영준)이 LA윌셔이벨극장을 비롯해 미전역 5개 도시에서 공연되었고 이를 시점으로 소리 극 ‘장날’, 모노드라마 ‘품바’, 그리고 대학로 우수극단들의 초청공연과 개그맨들의 무대가 이곳 LA에서 자주 펼쳐졌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한인들에게 형이 소개해준 공연들은 따스한 고향의 위로였습니다.
 
PC통신 시절, 컴퓨터 초보자를 위한 파격적인 컴퓨터 입문서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가 메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저는 곧바로 LA에서 북 콘서트를 기획했고 형을 주강사로 초청해 1996년 당시 웨스턴과 5가에 있던 코스모스 백화점 무대에서 컴퓨터 엑스포를 일주일간 진행했던 기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모두가 컴퓨터를 어렵게 생각할 때 그것조차 유머로 승화시켰던 형의 천재성에 또 한 번 감탄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형은 세상이 정해놓은 ‘엄숙함’과 ‘규격’을 유쾌하게 비틀 줄 아는 감각과 유연함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심야 볼링장’과 ‘심야극장’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야간 여가문화’를 개척한 것도, 1990년대 말 인사동에  옛 초등학교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던 ‘학교종이 땡땡땡’도, 경북 청도에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인 ‘철가방 극장’을 세워 문화가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리는지 증명한 것도 모두 형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습니다.  
 
형은 살아생전 저에게 미주공연을 자주 논의하곤 했었는데 반려견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세계 최초의 이색축제 ‘개나 소나 콘서트’와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엄숙하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부순 전유성 기획/연출의 폭소 클래식 ‘얌모얌모 콘서트’(한우리 오페라단)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형의 1주기를 맞으며 더는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없지만 형이 기획하고 연출했던 그 빛나는 웃음의 무대를 미주 한인들과 함께 마주할 날을 꿈꿔봅니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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