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은 서울수복의 날이고,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해마다 맞는 기념일이지만, 6·25전쟁을 직접 겪은 참전용사에게 이 두 날은 단순한 달력의 날짜가 아니다. 피 흘리며 지켜낸 대한민국의 생생한 역사가 가슴에 되살아나는 날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전쟁 발발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대한민국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고,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반격에 나섰다. 마침내 9월 28일, 빼앗겼던 수도 서울을 되찾았다. 서울수복은 전쟁의 흐름을 뒤바꾼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10월 1일, 국군은 38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했다. 오늘날 국군의 날이 바로 이날을 기념하는 데에는 나라를 지키겠다는 군인의 결의와 역사가 담겨 있다.
나는 그때 어린 학도병이었다. 열여섯 살의 나이에 전쟁터로 들어갔다. 총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나이였지만, 나라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 하나만은 분명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전우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자유와 평화가 결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에 새겼다.
전쟁이 끝난 뒤 대한민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섰다. 우리는 먼저 피를 흘렸고, 그다음에는 땀을 흘렸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가 놀랄 만큼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한 가지 걱정을 떨칠 수 없다.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나라를 지켜온 역사와 안보의 가치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적 이념과 진영의 갈등 속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보가 뒤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가.
정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권도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이념의 경계도 있을 수 없다. 군의 존재 이유는 국가의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 정치가 군을 흔들어서도 안 되고, 군이 정치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더욱이 6·25전쟁은 완전히 끝난 전쟁이 아니다. 정전협정 이후에도 한반도에는 군사적 긴장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오늘도 우리의 눈앞에는 안보를 위협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국가보훈부 자료 역시 6·25전쟁의 교훈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굳건한 안보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90대의 참전 노병이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바라는 것은 하나다.
우리 후손들이 전쟁을 모르고 살아가는 나라, 자유를 당연하게 여기며 평화를 누리는 나라를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자유가 누구의 피와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9·28 서울수복을 기억하자. 10·1 국군의 날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 날짜 속에 새겨진 전우들의 이름과 희생을 기억하자. 대한민국은 피로 지켜졌고, 땀으로 일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안보와 자유다. 이것이 76년 전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한 노병이 오늘의 대한민국에 보내는 마지막 우국충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