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아시안게임 서핑 메달리스트는 되지 못했지만, 올림픽에 나서겠다는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 서핑 간판 팔미아노 카노아 희재(18)의 이야기다.
카노아는 필리핀계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서퍼들의 낙원인 하와이 원주민어로 ‘자유’를 의미하는 카노아란 이름을 붙였고, 어머니는 ‘기쁨이 있다’는 뜻의 희재란 이름을 지어줬다. 카노아는 “내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집에선 보통 카노아라고 부른다”고 했다.
노를 젓는 패들보드 서퍼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카노아는 바다에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자연스럽게 서퍼의 길을 걸었다. 재능을 보이자 캐나다와 필리핀 대표팀에서도 그를 눈여겨봤다. 훈련 환경과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하지만 카노아는 군복무를 감수하고 한국 국적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사니까요.” ‘다문화 가정’이라는 배경으로 주목받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카노아는 “저는 제가 할 거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서핑에 출전한 카노아 희재 팔미아노. 사진 카노아 희재 SNS
서퍼에게는 ‘바다’가 학교다. 인공 풀에서 훈련하기도 하지만, 자주 해외로 나가 훈련한다. 비용을 마련하는 게 일이지만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고, 아버지는 코치처럼 그를 돕는다. 우리 나이로 이제 고3인 카노아는 “최대한 훈련을 많이 하기 위해 홈스쿨링으로 수업을 듣는다. 이번에 아시안게임 오느라 공부가 너무 많이 밀렸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과 보낼 시간이 적지만 “항상 여행을 다니고 파도를 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카노아는 처음으로 서핑이 정식종목이 된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8강에서 좌절했다. 여러 차례 시도 중 좋은 성적 2개를 합산하는데 10번 시도한 알시소 자유아르드(필리핀)와 달리 5번 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최고점(6.17점)은 카노아가 더 높았으나, 마지막 시도에서 1.07점에 그치고 말았다. 자유아르드는 5.83점과 4.93점을 더해 합계 10.76점으로 카노아(7.24점)를 제쳤다.
아무래도 아직은 부족한 경험이 경기에서 드러났다. 대표팀 감독인 송민 대한서핑협회 이사는 “어렸을 때부터 파도를 탔지만, 노련한 상대에 비해 경기 경험이 부족했다”고 했다. 카노아는 “(좋은 파도를 기다리다)시작을 너무 늦게 해서 힘들었다. 마지막 기술이 성공했다면 됐을텐데 넘어져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카노아는 “아버지는 잘 했다고 했지만 아쉽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못 보여줬다.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서핑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사진 대한서핑협회
이번 대회 우승자는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이가라시 카노아(일본)다.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가라시는 이번 대회 금메달로 2028 LA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카노아는 “내가 존경하는 선수인데 맞붙을 기회를 놓친 게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월드 서핑게임(세계선수권)에서 출전 쿼터를 따긴 어렵지만, 2028년 대회에선 아시아 선수 중 최고 순위에 들어 올림픽에 나설 기회가 열린다. 카노아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쳐 속상하지만, 꼭 올림픽 티켓을 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