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恐韓症)은 이제 낡은 말이 되어가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30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내준 뒤 2-1로 역전승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을 달성했던 한국은 결승에 선착해 사상 첫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30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영준이 동점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겼지만, 중국은 만만치 않았다. 이 연령대에서 한국은 중국과 맞대결에서 2연패 중이었다. 지난해 3월 정식 감독 없이 U-22 대표팀이 출전한 옌청 국제 친선대회에서는 0-1로 패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중국 판다컵에서는 이민성 감독이 지휘했지만 0-2로 완패했다. 이번엔 한국이 도전자 입장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두 경기와 8강전에서 10득점 1실점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중국도 조별리그 세 경기와 8강전에서 4득점 1실점으로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력을 과시하며 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준결승에서 한국은 이영준(그래스포퍼), 엄지성(스완지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를 선봉에 내세웠지만 중국의 수비라인은 촘촘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지만 선제골은 롱 패스와 높이를 활용한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한 중국이 전반 23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중국은 중원에서 한국의 공을 차단한 뒤 재빠른 역습을 통해 한국 수비라인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왕위둥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침착한 왼발슛으로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을 허물었다.
한국은 침착하게 전열을 추스르며 반격에 나섰다. 전반 32분에는 중국 왼쪽 측면 깊숙하게 파고들며 컷백으로 중국 수비진을 흔들어 코너킥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엄지성이 올린 날카로운 코너킥을 이영준이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영준이 헤더로 방향을 바꾼 공은 중국 골키퍼가 손을 맞고 골문 안으로 유유히 날아갔다.
소속팀 사정으로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이영준은 베트남과 8강전 멀티골에 이어 준결승에서도 천금 같은 골을 터트리는 활약을 펼쳤다.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이영준은 “병역 면제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였다.
한국은 후반 들어 배현서, 엄지성이 포진한 왼쪽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중국 수비라인은 좀처럼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도리어 후반 34분에는 중국의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를 중앙 수비수 김지수가 몸을 던져 헤딩으로 걷어낸 공이 한국 골문 쪽으로 향하며 아찔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다행히 골문을 비켜갔지만 자책골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코너킥 찬스에서는 김준홍이 상대 헤딩슛을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30일 오후 일본 오사카 나가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대한민국 배준호가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 위기를 넘긴 후 맞이한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37분 엄지성이 페널티박스 왼쪽 외곽에서 올린 오른발 크로스를 배준호가 골 에어리어 오른쪽으로 쇄도하면서 헤더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트렸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문전쇄도로 중국의 만리장성을 허문 것이다.
한국은 8개의 슈팅 중 6개가 유효슈팅, 중국은 7개의 슈팅 중 3번이 유효슈팅이었다. 코너킥은 양 팀 모두 4번씩 기회를 얻었다. 볼 점유율에서는 45-55로 오히려 중국에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