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이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암살자(들)’의 허진호 감독이 최근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까지 폄하될 줄은 몰랐다”는 심경을 밝혔다.
허 감독은 30일 유튜브 채널 ‘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이렇게 폄하될 줄은 몰랐고 배우들도 지금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도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작품에 참여했는데 이렇게까지 역사 왜곡 논란으로 프레임을 씌우니까 속상하다”며 “지금 (기사) 타이틀은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였다’, ‘북한 영화를 따라 했다’, ‘김정일이 사과했다’는 이걸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세 개가 다 다른 이야기”라고 했다.
특히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로 묘사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허 감독은 “박정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며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내용을 가지고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가 시켰다고 해놓고 거기서 자기가 총을 맞는 것을 넣기엔 개연성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모순되고 개연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허 감독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영화적 가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부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면서 “중앙정보부 내부 혹은 당시 6국에서 뭔가가 있었다는 그런 풍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중정이 개입됐다는 것은 기존 인터뷰들만 봐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자신과 작품을 향해 이념적 비난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빨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총을 발사해 육 여사가 사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진실을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일부 인물들이 당시 박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이 담기면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제작진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전날 허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제작진은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