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VIP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를 두고 30일 거친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옹호했고, 국민의힘은 “예술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역사왜곡의 자유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미디어공공성강화TF 단장인 최민희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암살자(들)에 대한 정치공세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며 “지금이 유신 독재인가, 전두환 5공 정권인가”라고 비판했다.
최 최고위원은 “상영 중단을 요구하질 않나, 불매 운동을 하겠다질 않나, 허진호 감독을 국정감사에 부르자고 나서지 않나, 정말 점입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끌어들이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억지 정치공세에 동원할 그런 이름이 아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암살자(들)는 픽션이다”라며 “지금 한국 영화가 매우 어렵다. 오랜만에 재밌는 영화가 나와서 상영객이 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제발 영화는 영화로 보고 쓸데없는 정치공세 해서 조금 싹트고 있는 한국 영화 재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최 최고위원은 전날엔 페이스북에 “장동혁 대표는 싸우다 싸우다 영화와 싸우나? 암살자들은 픽션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어 좋을 게 뭐 있을까? 암살자들 보러 가야겠다”, “암살자들, 150만 돌파”라는 관련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9일 페이스북 캡처
TF간사인 노종면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별점 테러, 관객 평가 조작은 정치세력 개입의 결과임이 명백하다”며 “그걸 사실상 조장하고 엄호한 세력이 제1야당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이어 “영화감독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사상 검증대에 세우고 모욕을 주려는 시도를 철저히 막아내겠다”며 “네이버는 매크로 공격자 색출과 강력한 법적대응, 그리고 재발 방지로 이 상황을 막지 못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국민의힘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설정까지 창작의 자유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술의 자유는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역사왜곡의 자유는 아니다”라며 “특정 영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창작을 보장하는 선에서 광범위한 역사왜곡과 음모론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흉탄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억울한 사정을 진영의 정치적 노리개로 삼고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패륜적 작태”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5·18은 입도 뻥긋 못 하게 틀어막으면서 대한민국의 전통과 역사적 비극은 이토록 잔인한 칼질을 해대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며 “이를 수수방관하고 역성드는 더불어민주당과 현 정권의 위선적 태도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영화계와 문화계의 일부 정치적으로 지극히 편향된 인사들은 자극적 왜곡과 선동을 멈추고 하루빨리 상식과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당국 역시 비겁한 눈치 보기를 끝내고 역사의 진실 앞에 엄중히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인경 대변인도 이날 “학생이 하면 ‘패드립’인데, 영화로 만들어 돈을 받으면 ‘표현의 자유’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요즘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부모를 모욕하는 이른바 ‘패드립’을 하면 어떻게 되나? 학교폭력으로 중한 처분을 받고, 그 기록은 대학 진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타인의 부모와 가족에 대한 모욕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영화로 만들면 괜찮나. 돈을 받고 상영하면 갑자기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공개석상에서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는데 수십 년이 지나 그 비극을 소재로 아버지가 어머니의 죽음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영화를 만들어 돈을 받고 상영하고 있다”라며 “대체 이게 뭔가?”라고 물었다.
함 대변인은 “이 영화를 기획하고, 각본을 쓰고, 제작하고, 연출하고, 세상에 내놓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출연 배우들도 있다”며 “실제 고인과 유족이 있는 비극적 사건을 이렇게 다루면서 정말 아무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이어 “감독과 제작진은 물론 이 작품에 이름을 올린 관계자들 역시 ‘표현의 자유’라는 말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는지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