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을 4주 앞두고 발생한 두바이발 텔아비브행 여객기 흉기 사건이 선거전의 안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를 추락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대한 안보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서 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에서 플라이두바이 FZ1073편 사건에 대해 “조종사 한 명이 다른 조종사를 찔렀고,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를 추락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FZ1073편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여객기에는 이스라엘인 약 150명이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여객기는 요르단 영공에서 30초 만에 약 1만4000피트(4267m) 급강하했다. 일반 비상신호에 이어 납치 등 불법적인 개입 가능성을 알리는 비상신호도 보냈다. 이후 승객과 승무원이 조종실에 들어가 공격자를 제압했고, 여객기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북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소속 여객기가 피랍 신호를 발신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기수를 돌려 비상 착륙한 가운데, 조종사가 비행 도중 흉기에 찔렸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다 비상신호를 보내고 사우디아라비아로 회항한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안에서 한 승객이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기내에 있던 한 승객은 이스라엘 i24뉴스에 “조종석에서 비명이 들린 뒤 문이 열리자 피가 많이 보였고, 비행기가 통제력을 잃었다”며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 3명은 로이터통신에 오만 국적으로 추정되는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테러 시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자로 지목된 부기장은 비상착륙 뒤 사우디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네타냐후는 사건 직후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안보 협의에 들어가는 한편 군·정보 당국에 추가 위협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UAE와 사우디 당국은 아직 범행 동기나 테러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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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의 즉각 대응, 왜
네타냐후가 이번 사건에 발 빠르게 대응한 데에는 다음 달 27일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진 ‘10·7 책임론’도 배경으로 꼽힌다. 논란은 지난 8일 이스라엘의 진보 성향 일간지 하레츠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약 열흘 전 네타냐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규모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하레츠는 네타냐후가 이 경고를 군과 정보기관 수뇌부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뉴욕타임스가 전직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 등을 인용해 UAE의 경고가 안보기관 수뇌부까지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당시 압바스 카멜 이집트 정보수장이 공격 직전 네타냐후에게 직접 경고했다고 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 외벽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대형 총선 포스터가 걸려 있다. 포스터에는 ‘굴복하지 않는다(No surrender)’는 문구가 적혀 있다. AFP=연합뉴스
이들 보도는 10·7 기습을 막지 못한 책임을 군과 정보기관에 돌려온 네타냐후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진보 진영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당신은 알고도 무시했다”며 네타냐후를 비판했고, 과거 네타냐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우파 이스라엘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대표도 공세에 가세했다. “좌우 야권 모두가 이 문제를 네타냐후의 안보 실패 책임을 부각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평가도 나왔다.
네타냐후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UAE와 이집트에서 사전 경고를 받았다는 보도를 부인한 데 이어 관련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에도 나섰다. 지난 27일에는 UAE를 예고 없이 방문해 무함마드 대통령과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네타냐후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자신이 10·7 공격을 사전에 경고했다는 보도를 공개적으로 부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레츠는 보도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실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으며 UAE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