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자연은 내 정체성의 일부”라고 했다. [사진 SH 아츠앤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40)이 두 번째 앨범 ‘사계(The Seasons)’로 2년 만에 돌아왔다. 음반에는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레오니드 데샤트니코프 편곡)가 수록됐다.
그는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연주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발디의 ‘사계’가 자연의 풍경을 그렸다면, 피아졸라의 ‘사계’는 인간 내면에서 본 사계를 묘사한다”라며 “부산과 영국 맨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항상 자연에 둘러싸여 있었다. 사계의 각 악장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연은 제 정체성의 일부”라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겨울 부분이 좋다고 했다. 사계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표현하는 4개 작품으로 이뤄졌다. 한수진은 “비발디의 겨울은 대조가 확실히 느껴진다. 겨울 1악장은 치아가 떨릴 만큼 매서운 느낌이 든다면 2악장은 따뜻한 난로가 켜진 방의 따스함을 묘사한다”라며 “피아졸라의 겨울은 또 다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바람은 바다가 곁에 있어서 그런지 약간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라고 했다.
이번 앨범은 ‘전설과 전설의 만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수진이 쓰는 악기는 1666년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이다. 협연은 영국의 명문 악단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가 함께 했다. 녹음 장소는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클래식뿐 아니라 비틀스, 퀸 등의 음반이 탄생한 곳이다.
신동으로 불린 한수진의 또 다른 별명은 ‘인간 승리’다. 그는 유전 영향으로 한쪽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예후디 메뉴인 음악학교, 퍼셀 음악학교를 거쳐 옥스퍼드대(음악학)에 입학했다. 2001년에는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고 성적인 2등을 차지했다. 20대에는 어린 시절 다친 턱관절 후유증을 겪었다. 첫 수술이 잘못되면서 6년간 연주를 쉬었다.
그는 이런 시련들을 “숨겨진 축복”이라고 했다. “내 바이올린은 유니크하다는 말을 듣는다. 듣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리가 다르게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사고로 바이올린을 못 잡는 기간엔 정말 초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지 깨닫게 됐다.” 그의 인생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연주는 다음 달 24일 통영을 시작으로 인천, 대구,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