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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 아닌 문화, 이들이 한국인

중앙일보

2026.09.30 08:01 2026.09.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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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비웨사(오른쪽)와 조엘진. 다소 이질적인 이름과 외모를 가진 두 선수는 ‘한국인’이다. [뉴시스]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비웨사(오른쪽)와 조엘진. 다소 이질적인 이름과 외모를 가진 두 선수는 ‘한국인’이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한국 신기록으로 동메달을 거머쥔 직후 두 스프린터가 태극기를 활짝 펼쳐 들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마디 조엘진,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를 둔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비웨사는 예선에서 겪은 실격 오심에 대해 “액땜이라고 생각한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수 세대를 거치며 단일 혈통을 국가적 자긍심으로 여기던 한국 스포츠사에 의미 있는 균열이 생겼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단기적 성과를 위해 아이스하키 선수 6명을 귀화시킨 방식이 ‘용병 수혈’에 가까웠다면, 조엘진과 비웰사의 동반 질주는 ‘한국인’이라는 명제의 재정의에 가깝다.

10년 전 아역 배우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했던 조엘진은 “실력으로 국가대표가 되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이정표 삼아 달렸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여자농구 이해란은 중국의 2m26㎝ 거인 센터 장쯔이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 유도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 5대손으로, 할머니 유언을 따라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선다.
아시안게임 한국여자농구 금메달을 이끈 이해란.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한국여자농구 금메달을 이끈 이해란. 연합뉴스


‘다문화 태극전사’의 등장은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이다. 국내 초중고 재학생 중 다문화가정 출신은 20만 명을 돌파해 전체 학생의 4%에 이른다. 극심한 저출산 여파로 지방 학교 운동부가 줄줄이 해체되는 현실 속에서 비인기 종목 위주로 다문화 청소년들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물론 ‘피부색이 다른 국가대표’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걷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남자농구 금메달 멤버이자 아프리카계 영국인 아버지를 둔 에디 다니엘은 “곱슬머리라는 이유로 놀림 받거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드러났듯, 같은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는 다문화 선수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이 차츰 늘어나는 건 희망적이다.

한국 농구 국가대표 에디 다니엘(오른쪽). 연합뉴스

한국 농구 국가대표 에디 다니엘(오른쪽). 연합뉴스


순수 외국인 선수의 귀화 장벽은 여전히 높다. 2011년 이후 대한체육회 추천을 받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선수는 28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비웨사 또한 한국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중3 때 어머니가 귀화 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 전국 대회에 일절 나서지 못했다. 케냐 출신으로 천안청수고 1학년에 재학 중인 배구 유망주 박믿음은 부모가 귀화하지 않아 프로배구 무대에서 뛰려면 외국인 선수로 계약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일본 농구대표팀엔 귀화 선수 1명, 혼혈 선수 4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또한 경쟁력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겸비한 인재들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국적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학교에서 성장한 선수에 한해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는 프로축구 K리그의 ‘홈그로운(home grown) 제도’가 대표적이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는 “같은 민족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공유된 기억’이다. 한글과 이순신, 유관순 등 역사의 공유를 통해 ‘우리’라는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피부색 등 낡은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성을 높이는 게 국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효경.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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