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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마켓 나우] 디젤이 보내는 스태그플레이션 경보

중앙일보

2026.09.30 08:06 2026.09.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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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에 상륙해 인구 50만 명의 대도시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해수면보다 낮은 호수 제방이 붕괴하면서 1800여 명이 사망했다.

재앙은 인명피해로 끝나지 않았다. 정유시설 침수로 미국 정유 능력의 30%가 멈췄다. 원유 정제가 차질을 빚으면서 휘발유 가격은 사상 처음 갤런당 평균 3달러를 넘어섰고, 디젤 가격도 급등했다.

파급효과는 휘발유보다 디젤이 더 컸다. 디젤은 트럭·열차·선박·농기계·중장비 등 산업생산에 필수적인 연료다. 가격이 오르면 제조와 물류 등 생산·유통 전반의 원가가 올라간다. 디젤은 대체할 수단이 없어 수급 악화가 물가 지표 악화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무엇보다 여타 부문의 물가까지 자극해 식료·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 설상가상으로 폭발적 경제성장을 보이던 중국 등 신흥국의 디젤 수요가 급증하고 유럽 각국도 탄소배출이 적은 디젤 소비를 장려했다. 정유공장은 설비를 풀가동했지만 급증하는 디젤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디젤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해 2008년 사상 최고치인 갤런당 4.85달러를 기록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3%에 근접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에서부터 올리고 있던 기준금리를 5.25%까지 인상했다. 연준의 긴축으로 시중 유동성이 경색되자 2007년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이 가시화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이듬해 가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자 경기가 침체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했다. 자연재해와 같은 블랙스완 이벤트로 디젤 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는 패턴은 최근에도 반복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전 세계 디젤 수출의 11%를 담당하던 러시아의 주요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절반 이상 가동이 중단되었다. 디젤 수출 순위 3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럽 수출 루트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실상 봉쇄되었다. 미 디젤 가격은 7월 초 갤런당 4.6달러로부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단기간 40% 넘게 폭등해 사상 최고치인 6.5달러를 돌파했다. 디젤 상승으로 근원 물가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졌다. 근원 물가 상승은 연준의 긴축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적자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AI 인프라 지출 부담으로 미 장기금리는 2002년 이래 최고치로 올랐다. 이자비용 급등으로 가계와 기업이 전방위 압박을 받으면 경기가 부진해진다. 그 여파로 경기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면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디젤 가격표는 2005년에도 지금도 같은 경고를 보낸다. 대부분 읽지 않는다. 대개 뒤늦게 읽는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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