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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필향만리] 서로 ‘내 탓이오’를 먼저 생각하자(自恨枝無葉 莫怨太陽偏)

중앙일보

2026.09.30 08:08 2026.09.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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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한국학미래진흥원장

김병기 서예가·한국학미래진흥원장

편애(偏愛)는 한편만 치우치게 사랑한다는 뜻이다. 편애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편애하게 되는 마음을 절제하기란 쉽지 않다. 예쁜 짓만 하는데 예뻐하지 않을 수 없고, 미운 짓만 하는데 미움이 안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선생님을 향해 “왜 내 자식은 사랑하지 않느냐”고 대들기 전에 내 아이가 사랑받을 행동을 하는지를 먼저 살피고, 부모인 내가 잘 가르쳤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선생님들 또한 부당한 편애를 하지 않았는지 늘 성찰해야 한다.

사람을 교육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신부님·스님·목사님보다도 교직이 오히려 더 성직(聖職)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편애 없이 학생을 공평하게 사랑하며 늘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신부·스님·목사라는 이유만으로도 함부로 대들 생각을 안 하듯이 선생님에 대해서도 함부로 대들지 않아야 한다.

恨:한탄할 한, 枝:가지 지, 莫:말 막, 怨:월망할 원, 偏:치우칠 편. 가지에 잎사귀가 없으면 스스로를 탓하라, 태양 빛이 다른 편에만 비쳤다 말고. 34x72㎝.

恨:한탄할 한, 枝:가지 지, 莫:말 막, 怨:월망할 원, 偏:치우칠 편. 가지에 잎사귀가 없으면 스스로를 탓하라, 태양 빛이 다른 편에만 비쳤다 말고. 34x72㎝.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학부모가 선생님을 괴롭힌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자격 미달 교사 뉴스도 있다. 그래서 ‘닭 먼저 달걀 먼저’를 따지는 논란도 있지만, 사건의 빈도나 내용으로 보아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을 괴롭히는 경우가 더 많다. 닭과 달걀의 선후를 따지기 전에 선생님을 떠받드는 정책을 먼저 펴야 한다. 그렇게 한 후에도 문제교사가 있다면 떠받듦에 비례해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먼저 “가지에 잎사귀 없음에 대해 태양 빛이 다른 한쪽에만 비쳤다고 원망”하는 마음을 버리고, 스스로 태양을 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쁨도 제게서 나오고 미움도 제게서 나온다. 선생님에 대해 “우리 세금으로 월급 주잖아!”라는 건방진 생각을 버리고, 단지 선생님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표하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첫걸음임을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다.

김병기 서예가·한국학미래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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