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은 이날 이민자에게 추방 대상국을 사전에 알리고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보장하도록 명령한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제3국 추방을 계속 집행할 수 있게 됐다. 연방대법원은 오는 12월 해당 정책의 적법성을 놓고 구두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일부 이민자들이 실제 추방 과정에서 목적지도 모른 채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LA타임스는 29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추방된 이민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관련 정황을 보도했다.
니카라과 출신의 케니스 아달베르토 로페스(44)는 텍사스주 한 공항에서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페스는 목적지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아프리카에서 죽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저항했다고 전했다.
그를 포함한 일부 이민자가 탑승을 거부하자 연방 요원들이 페퍼볼을 발사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로페스는 가슴에 두 차례 페퍼볼을 맞은 뒤 들것에 묶인 채 비행기로 강제 이송됐다고 증언했다.
당시 비행기에는 총 43명의 이민자가 탑승하고 있었다. 이란,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이 포함됐다. 이들 중에는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고문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본국 송환을 막는 보호 조치를 받은 이들도 있었다.
니카라과 출신 루이스 에르난데스(38)는 지난 2018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 신청 자체는 기각됐으나, 본국 송환 시 고문 가능성이 인정돼 고문방지협약(CAT)에 따른 보호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이민당국에 정기 출석하는 과정에서 기습 구금됐고, 결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강제 이송됐다. 에르난데스 역시 추방 목적지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보내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장기간의 내전과 무장단체 활동으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지역이다. 연방 국무부 역시 범죄, 납치, 테러, 지뢰 및 보건 문제 등을 이유로 자국민에게 방문을 재고할 것을 권고하는 곳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신국이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거나 송환 절차가 어려운 경우 제3국 추방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민자 인권단체들은 연고가 전혀 없는 제3국으로 이송될 경우 박해와 고문, 부당 구금 등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제3국 추방 정책에 따라 지금까지 본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진 이민자는 2만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