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검사가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수사와 기소 기능을 모두 수행해 온 검찰은 오는 2일 폐지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우상조 기자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들여 5년 간 개발한 D램 기술이 중국 1위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로 넘어간 사건을 끝까지 쫓았던 검사가 오는 2일 수사권을 내려놓는다. 다른 사건 수사 중 발견한 10년 전 파일 몇 건으로 추적하기 시작해, 여권 신청서 속 글씨체까지 일일이 대조한 끝에 ‘성명불상’이던 유출범의 꼬리를 잡고 삼성전자 전직 임직원 10명을 줄줄이 재판에 세운 박성현 검사 이야기다.
박 검사는 2일 검찰청이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이 출범하면서 공소청 소속이 된다. 이제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설 수도, 피의자를 불러 캐물을 수도 없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 검사는 앞으로 이런 고난도 기술 유출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이 맡고, 법무부 소속 공소청 검사의 역할은 영장 청구와 기소와 공소 유지로 대폭 줄어든다.
문제는 기술 유출 사건은 해외 기업과 브로커가 복잡하게 얽히고 증거가 파편화된 영역이라는 점이다. 박 검사는 “기술 유출 수사는 특이한 법리가 적용되는 데다 강도·살인 같은 일반 형사 사건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며 “앞으로 닥칠 가장 큰 공백은 결국 수사부터 재판까지 직접 부딪히며 단련된 정예 검사의 수사력 부재”라고 지적했다.
기술 유출 수사는 피 말리는 시간 싸움이기도 하다. 빼돌린 기술로 해외 현지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범인을 처벌한다 해도 잃어버린 국가 경쟁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는 인멸되고 처벌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박성현 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검사가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오는 2일부터 박 검사는 공소청 소속 검사가 된다. 우상조 기자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구조는 이 피 말리는 싸움을 더욱 불리하게 만든다. 기술 유출 재판의 핵심은 단순 유·무죄를 넘어 기술의 가치와 피해 규모를 재판부에 명확히 입증해 판사를 설득하는 일이다. 그러나 수사·기소가 분리되면서 직접 수사하지 않은 검사가 수사 기록만 넘겨받아 법정에 서는 구조가 되면 법원 설득은 더 어려워진다.
박 검사는 “수사 기록이 아무리 잘 정리돼 있어도 남이 작성한 서류로 사건을 이해하는 것과 직접 1년 동안 부딪히며 몸으로 깨친 것은 천지차이”라며 “자기가 직접 문제를 풀어보지 않고, 남이 대신 풀어놓은 답안지만 들고 재판장에 들어가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 검사는 “개인적 허탈함을 넘어 국익 차원에서 걱정이 앞선다”며 “만일 수년 뒤 검사의 수사권이 원상 복구된다 하더라도, 이미 무너져 내린 수사 역량과 노하우를 예전 수준으로 되살리는 데는 몇 배의 세월을 더 치러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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