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좋은 오후입니다. 진심으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제가 이렇게 연설을 하는 게 오랜만이라서요. 네,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RM입니다. 공동 큐레이터로서는 오늘이 제 데뷔인데요. 긴장되네요. 자, 시작해보겠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RM. 샌프란시스코=우정아 포스텍 교수
우선 저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사람입니다. 아마 나중에 아시게 될 거예요. 아, 음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연설문을 한 열 번 정도 고친 것 같아요. 그런데 늘 그렇듯 고치면 고칠수록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8년 전 처음 미술관에 다니기 시작하고 작품을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개인과 보편, 동양과 서양, 모던과 컨템퍼러리 같은 것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왔는데요. 이제 정말 전시 개막을 앞두고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냥 재미있고 좋은 전시면 되는 것 아닌가.
2년 전 군대에 있을 때 SFMOMA로부터 처음 진지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정말 좋았죠. 물론 당시 제가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는 제안이라면 어떤 것이든 반가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제가 꿈꾸는 공간을 열기 전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규모와 위상을 갖춘 곳에서 재미있는 것을 해볼 수 있겠다 싶기도 했죠. 그래서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 순수함 때문에 수백 장의 작품 설명을 쓰고 지우고 또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여기 서서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저는 늘 어딘가를 표류하고 떠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미국에 있을 때도 그렇고 제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시다시피 썩 유쾌한 감정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감정 때문에 미술에 많이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미술과 음악은 언어와 매체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결국 같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모으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시에 죄책감도 느껴집니다. ‘내게 필요하지도 않은 이렇게 많은 것들을 정말 짊어지고 살아야 하나?’, ‘결국 그냥 지루하고 돈 좀 있는 사람이 돼버린 건가?’ 뭐,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것들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컬렉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 컬렉션의 상당수는 한국 근현대 작가님들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중 많은 이름은 아직 한국 밖에서는 낯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사람들의 컬렉션을 보면서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돈과 삶, 노력, 심지어 집의 벽까지 내어주며 만들어온 컬렉션만큼 그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꽤 긴 자기소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사실 저도 가끔은 제가 왜 이 모든 것들을 모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 섹션의 이름을 그냥 ‘I Don’t Know, But I Like It’이라고 지었어요. 그게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늘 스스로의 한계를 느낍니다. 때로는 제 자신이 굉장히 자랑스럽다가도 또 굉장히 부끄러워져요. 그 사이를 계속 오갑니다. 결국 저는 저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질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이것이 정말 나를 움직이는가?’였고 또 하나는 ‘2026년 바로 지금 이 작가와 이 작품이 여전히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가?’였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소모되는 시대에 저는 과거 몇몇 예술가들의 태도가 오히려 오늘날 더 깊이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 경계와 배경이 모두 조화롭게 뒤섞이는 모습을 늘 꿈꿔왔습니다. 물론 엉망이 될 수도 있겠죠. 저는 미술사를 정식으로 공부한 적도 없고 큐레이터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어떤 분야든 때로는 아웃사이더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하잖아요. 저는 미술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자유로운 것 같아요. 대신 작품 설명을 100단어 안에 맞추는 훈련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죠. 그래도 즐기려고 했습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 그리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발전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동시에 놀랍고 빛나는 것들도 만들어졌습니다. 그 한국의 젊은 세대로서 저는 조금 더 새롭고 젊은, 어쩌면 조금이나마 더 나은 관점과 감각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며 작품을 수집해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이번 전시로 이어졌습니다. 작품을 고르는 것부터 배치하고 심지어 표구하는 것까지 그동안 제가 좋다고 느꼈던 것들과 조금 더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한데 모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흥미롭고 새롭게 만들려고 했어요. 여러분도 그걸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시고 약 2년 동안 저를 도와주신 SFMOMA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멋진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해준 공동 큐레이터 아메리카 카스티요(América Castillo),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분들에게 한국 미술을 소개해주신 공동 큐레이터 김효은 님, 그리고 안팎의 전반적인 소통을 맡아주신 한재영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전시는 기본적으로 저와 SFMOMA의 협업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가 꿈꿨던 모든 것들을 다 실현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 무덤에 묻어버린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제가 꿈꿨던 걸 전부 실현했다면 아마 큰일이 났을지도 모르죠. 저는 그것이 협업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술계 출신이 아닌 한 개인이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부디 즐겁게 봐주시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도 큰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