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 “내 월급 12만원”…자산 100억 대표님, 최저 건보료만 냈다

중앙일보

2026.09.30 13:00 2026.09.30 17:5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시내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모습. 연합뉴스


회사에서 받는 보수가 적어 건강보험료를 최저 수준으로 내는 법인 대표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1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보료를 일부러 줄이기 위한 월급 축소 같은 ‘꼼수’를 걸러낼 점검 체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료 하한액(월 1만9780원)이 적용된 건보 직장가입자 수는 5792명이다. 이 중 법인 대표가 973명(16.8%)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생계유지가 어려운 수준의 임금을 받아 ‘최저 건보료’만 납부한다는 의미다.

하한액 적용 직장가입자 수는 2021년(7882명)과 비교해 26.5% 줄었다. 임금·물가 인상, 기업 영업이익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하한액만 내는 법인 대표는 같은 기간 23.8% 증가하면서 이러한 흐름과 거꾸로 갔다. 전체 대비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10%에서 16.8%로 늘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특히 재산 과표가 10억원 이상인데 월급이 적어 최저 건보료만 부담하는 법인 대표가 98명에 달했다. 100억원 넘는 자산을 갖고 보험료 하한액만 내는 대표도 4명이었는데, 이들이 대표 사업장에 신고한 평균 월급은 약 12만2900원이었다. 이인영 의원은 “재산이 수십억 이상인데도 최저 보험료만 내는 법인 대표는 보수를 낮춰서 신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소위 ‘유리 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은 임금 변동 시 정산 등을 거쳐 건보료에 반영된다. 다만 법인 대표는 같은 직장가입자라도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스스로 보수를 책정하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월급을 일부러 낮게 매기면 고액 재산을 보유했더라도 해당 사업장에서 보험료 하한액을 적용받을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혹시 모를 꼼수를 걸러낼 장치는 부족하다. 2021~2025년 건보공단이 점검에 나선 ‘저보수 사장님’은 56명에 그쳤다. 이 중 절반 넘는 33명에게서 문제가 확인됐다. 실질적인 근무 없이 직장가입자 자격을 얻는 식의 허위 취득이 20명이었고, 보수 변경 등이 13명이었다. 적발 건수가 적은 데다, 고의적인 월급 축소 등 신고의 적정성을 따로 분석·관리하는 항목이 사실상 없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A씨는 본인 명의 사업장에 자신과 배우자의 월급을 각 26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고액 자산 대비 매우 낮은 건보료를 납부해 공단 측 점검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사업장이 공실로 표기되고 월 근무 시간이 매우 적은 등의 허위 사실이 확인돼 직장가입자 자격 취소·보험료 부과가 이뤄졌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매년 전체 사업장의 1% 안팎에 점검을 나간다. 다만 최저 보험료를 내는 법인 대표를 따로 구분해 조사하진 않는다”면서 “점검 시 국세청 자료 등과 대조해보지만, 일부러 월급을 줄여서 신고한 건지 단정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건보료 부과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고자산 저임금’ 대표들의 실제 보험료 부담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수 신고의 적정성을 꾸준히 점검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종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