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시장 릴레이 인터뷰] ⑤ 벤 존슨 사바나 시장 “한국 기업 투자가 도시를 바꿨다”

Atlanta

2026.09.30 14:3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조지아주 한인 밀집 도시 시장 릴레이 인터뷰

“원래 흑백 인종 중심 미국적 색채 강한 도시
…한국 기업 투자로 한인 증가 속도 가팔라
…한국의 영향력과 기여에 자부심 느끼길”
벤 존슨 사바나 시장. 장채원 기자

벤 존슨 사바나 시장. 장채원 기자

조지아주 한인 인구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명실상부 전국 여섯 번째로 큰 한인 커뮤니티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연구·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인들이 뿌리내리는 지역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조지아주에서 도시의 설계자이자 최고 관리자인 시장을 차례로 만나 한인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 각 지역들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사바나는 조지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1733년 설립됐다. 미국 최초의 흑인 침례교회, 최초의 골프 코스, 최초의 걸스카우트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전 세계 면화의 75%를 생산하던 남부의 번영을 가능케 한 조면기(면화에서 씨앗을 제거하는 기계)가 1794년 처음 발명된 곳이기도 하다.
 
거대한 타임머신 같은 이 도시에 2022년 현대차그룹이 최첨단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을 발표했다. 현재 15곳 이상 협력사가 동반 진출, 직·간접 일자리 창출만 3만7000개에 달한다. 첨단 제조 역량을 지닌 한국 기업의 투자가 몰리자 도시는 전통과 현대가 혼재된 새로운 풍경으로 변화했다.
 
벤 존슨 사바나 시장(58)은 한국 투자가 도시를 얼마나 바꿔놓았는지 매일 실감하고 있다. 그는 메타플랜트 준공을 앞둔 2024년말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임원진과 만나기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경찰 출신으로 조지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대학인 사바나주립대를 졸업한 존슨 시장은 2009년 처음 시의원으로 당선된 뒤 2020년부터 시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도시에 어떤 영향을 줬나.
 
“사바나는 미국적인 색채가 아주 강한 곳이다. 조지아주 최초의 도시이자 첫 주도로서 원래 이곳을 찾는 외부인은 주로 관광객에 한정돼 있었다. 역사적으로 흑인과 백인 중심의 공동체를 꾸려왔다.
 
한국 기업 투자 이후 한국에서 온 사람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한인도 크게 늘었다. 전국에서 한인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인 인구가 이토록 급격히 늘어날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반가운 변화다. 정착 과정에서 다른 언어와 문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 역사와 한국어를 조금이나마 익혔다. 현지의 한국식 바비큐가 얼마나 맛있는지, 스킨케어 제품이 얼마나 훌륭한지도 알게 됐다. 몇몇 제품은 이곳에 가져와 팔아야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사바나는 생활비가 저렴하고 전국 3위 물동량 규모의 항구가 있다는 점에서 사업하기 좋은 도시다. 시 경계 내 인구는 15만 명이지만 사바나 광역권 전체로 보면 두 배 이상인 44만 명에 달한다. JCB, 미쓰비시, 걸프스트림 등 유수의 제조 대기업이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기업 유치로 늘어난 항만과 물류 수요에 맞춰 철도·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사람들이 사바나로 몰리는 이유가 있다면. 
 
“항구 도시이자 군사, 대학, 의료, 제조업, 그리고 관광도시로서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선박이 기항하며 젊은 세대가 새로운 예술 문화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도시다. 세계적인 규모의 음악 및 영화 축제가 계절마다 열리기도 한다.
 
나무만 8만8000그루가 넘는데, 계획형 도시라서 300여년 전 과거 건축가들이 도시를 설계한 흔적도 볼 수 있다. 주민들이 햇살과 탁 트인 하늘, 강과 해변을 즐길 수 있도록 너무 높은 건물은 짓지 않는다. 물론 날씨도 인기에 한몫한다. 근 10년간 눈이 한 두 번 내렸을까 말까 할 정도로 따뜻한 겨울 날씨를 자랑한다.”
 
-늘어난 신규 이주민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
 
“전국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사바나도 주택과 관련한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생활비 부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집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양질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바나 주택 기금(SAHF), 토지 은행, 지역사회 주택 개발 협회 등의 기관과 협력해 용도 규제(조닝)를 완화하고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정책 도구를 활용 중이다.”
 
-이민자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있나.
 
“이민자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는 더이상 지역사회가 인종, 민족적으로 단일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민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모국어를 잊길 바라지 않는다. 소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공공 분야에 여러 인력을 갖추고자 힘쓰고 있다. 스페인어 관련 지원만큼이나 곧 한국어 지원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우려해왔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모여 세운 나라다. 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비정하다. 다행히 우리 도시는 연방 정부와 다르게 이민자들을 인도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라며, 시민권자가 아니라면 시민권을 얻는 과정을 밟을 수 있게 지원하고 싶다.
 
머지않아 사바나에서 태어난 한인 세대가 등장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100% 한인이면서 동시에 100% 사바나 주민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이 이곳에 가정을 꾸리고 한국이 만들어낸 영향력과 기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란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