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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손 들어준 법원 “박정희 동상 철거할 필요 없다”

중앙일보

2026.09.3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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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뉴스1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뉴스1

대구시가 동대구역에 설치한 박정희 동상을 철거할 필요가 없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11부(권준범 부장판사)는 1일 오전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는 판결과 관련한 상세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재판이 끝난 후 대구지법 측은 “심리 결과 동상 건립 무렵 대구시의 고가교(동대구역 광장)에 대한 사용권 내지 관리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청구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국가철도공단은 박정희 동상의 불법 설치 여부를 가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으로,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가 동상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광장 소유권이 있는 공단에 사전 검토와 승인을 받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 측은 재판에서 “해당 구조물이 위법하게 설치된 만큼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시는 “그동안 대구시에 동대구역 광장에 대한 관리·사용 권한이 있었다”며“다른 시설물 설치는 용인하면서 박 전 대통령 동상만 철거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법원 앞에서 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법원 앞에서 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3m 높이인 박정희 대통령 동상은 1965년 가을 촬영된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중절모를 쓰고 볏단을 끌어안은 채 활짝 웃는 모습이다. 동상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 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 글귀가 새겨져 있다.

동상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기간인 2024년 12월 예산 6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대구시는 2024년 3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 바꾸고 박정희 동상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당시 홍 시장은 “취임 때부터 줄곧 박정희 동상 건립을 생각해왔다”며 “광주에 가보면 광주 저항 정신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참으로 많다. 박정희 기념사업은 산업화의 상징 도시인 대구가 당당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설치 당시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잇따랐다. 시민단체와 종교계·학계 등 57개 단체가 참여한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대구시의회에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 폐지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으로 설사 공로가 있다고 해도 공공기관이 조례로 기념사업을 하는 것은 반교육적, 반헌법적”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동상 제막식 날인 2024년 12월 23일에는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면서 동대구역이 두 동강 났다. 거기다 누군가 제막식 전날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된 바닥과 벽에 ‘독재자’ 등 빨간 분필로 낙서하면서 관리를 맡은 대구시설관리공단 측이 동상을 비추는 폐쇄회로TV(CCTV) 4대와 경비 인력 3명 등을 투입해 한동안 동상 훼손을 감시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대구시는 홍 전 시장이 대선을 앞두고 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남구 대명동 대구대표도서관 앞에 건립하기로 했던 박정희 동상의 설치를 잠정 보류했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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