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냉장 창고 시장을 보면 국내 산업용 부동산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코로나 기간 공급망 불안과 온라인 식품 소비 증가로 빠르게 성장했던 시장은 2026년 들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뉴마크의 2026년 상반기 국내 냉동·냉장 창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순흡수면적(Net Absorption)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공실률은 7.7%까지 상승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어든 시장이다. 그러나 숫자만 보면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된다.
현재 시장의 핵심은 ‘수요 감소’보다 ‘수요 이동’에 가깝다. 2020년 이후 준공된 시설이 최근 수요의 대부분을 흡수한 반면, 오래된 시설은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입주자를 잃고 있다. 현재 전체 빈 공간의 68%가 노후 시설에 집중돼 있다.
냉동·냉장 창고는 일반 창고보다 건물의 기능 차이가 운영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높은 천장과 자동화 설비, 충분한 전력, 정교한 온도 관리, 효율적인 물류 동선이 중요하다. 결국 임대료가 조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오래된 건물을 선택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비용 부담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냉동·냉장 시설의 신축비는 2026년 기준 제곱피트당 약 130~350달러로 일반 창고의 85~150달러보다 크게 높다. 임대료도 2020년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임차 대신 직접 건물을 매입하거나 맞춤형 건물(Build-to-Suit)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냉동창고의 장기 수요가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온라인 식료품 판매는 2026년 7월 전년 대비 21.5% 증가했고, 비만치료제 GLP-1과 바이오의약품 성장으로 의약품 저온유통망(Cold Chain)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인구 증가와 미국 내 식품 생산 확대 역시 장기적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남가주 시장은 이런 변화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인랜드 엠파이어의 냉동·냉장 창고는 약 1,920만 제곱피트 규모인데, 기존 건물의 평균 건축연도가 1974년이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만큼 앞으로 시설 경쟁력에 따른 가치 차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냉동창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산업용 부동산도 이제 단순히 좋은 위치에 건물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다. 건물의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물류와 생산 방식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다.
공실률이 올라가는 시장에서도 좋은 건물에는 수요가 모인다. 앞으로 투자자와 건물주가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 임대가 잘되는 건물인가’보다 ‘10년 후에도 기업이 필요로 할 건물인가’를 먼저 살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