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낸다는 것은 내가 글을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다. 30년 넘게 글을 쓰면서 이번에 일곱 번째 수필집을 내었다. 유명 작가도 아닌 내가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내지만 책을 팔아 돈을 벌기는 매우 어렵다. 수입은 일찍이 포기한바, 다음 책 나오기까지 명함을 대신하여 나를 소개하는 용도로 책을 사용하곤 한다. 그럴 때 책이 유용하다. 길게 말을 안 해도 내가 책 속에 다 들어있으니 말이다.
내 의지로 책을 내기도 하지만 “ 이선생, 책 나올 때 되지 않았어? 글이 오래 묵으면 독자들께 실례인데. 3~4년에 하나씩은 나와줘야지! ” 하며 채근하시는 나태주 선생님이 곁에 계셔서 너무 감사하다.
책을 내면 출판 기념회는 하지 않는다. 2004년에 출간한 첫 책은 도서관 후원회에서 성대하게 기념회를 해 주셔서 감사했지만, 민폐가 크다는 걸 알아 그 이후엔 안 하고 지나간다. 읽지도 않는 책을 안면 때문에 억지로 사야 하는 지인들께 미안한 일이지 뭔가?
요즘엔 소모임으로 절친들이 모여 밥을 사주면서 축하하고 나는 답례로 새 책을 선물한다.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새 책이 나오면 동창회나 교회의 전도회에 기증을 한다. 이곳 동창회에선 연말 파티 때 경품 추첨 상품으로 쓴다며 좋아하고, 교회에선 전도회에서 판매하여 선교비로 쓴다. 즐거운 기부다.
어제는 교회에서 책을 팔았다. 남편이 속한 남전도회에 잔고가 없어 후반기 선교비를 보내지 못한다기에 내 책을 판매하여 돕기로 했다. 뜻을 아는 페친 몇 분들과 교우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선교비가 모아졌다.
큰돈 들여 책 내고 책은 판매하지 않고 기부하면 그런 비효율적이고 바보 같은 일이 또 있을까만, 선교를 위해 구심점이 되었다는 게 오히려 흐뭇하다. 누군가의 희생을 밑에 두면 그 위에 즐거운 사람이 여럿 생긴 다는 건 이 나이 되니 알만한 세상의 이치이다.
어려서 배운 십시일반(十匙一飯)은 밥 열 술이 한 그릇의 밥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구의 멕시코선교사 최선교사님을 돕기 위한 책 판매에 동참함으로 우리도 보내는 선교에 참여한 셈이니 의미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