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인도 NDTV·AP 등에 따르면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저비용항공사(LCC)인 플라이두바이 소속 여객기에서 비행 중 오만 국적의 부조종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조종사는 인도 국적인 스미트 마차르(39) 기장으로 파악됐다.
그는 부기장의 칼에 찔려 엄청난 출혈과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조종실 문을 열어 탑승객 174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당시 비행기에 탑승했던 이스라엘인 치과의사 무사예프 쇼타가 NDTV에 전했다. 쇼타는 마차르의 당시 상태에 대해 “머리와 손에서 심한 출혈이 있는 매우 좋지 않은 상태”라고 묘사했다.
인도 서부 뭄바이 출신인 마차르는 1만 시간 가까운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 기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6월부터 플라이두바이에서 보잉 737 여객기를 운항하는 기장으로 근무했다. 이전에는 인도 저비용항공사인 스파이스젯에서 11년 동안 일하며 수석 기장을 지냈으며 2020년 11월부터는 다른 조종사를 평가하는 노선 훈련 기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737 NG(넥스트 제너레이션) 계열 기종인 737-800을 비롯해 보잉 737-맥스(MAX)8과 맥스9 기종을 합쳐 총 9750시간을 운항한 베테랑 기장이다.
전날 비행 중 부조종사가 마차르를 흉기로 찌른 뒤 여객기는 30초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약 4267m나 급강하했다. 마차르는 칼에 찔린 채 부조종사와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쇼타는 마차르가 해제 버튼을 열어 조종실 문을 열었을 때 바닥은 이미 피범벅이었다고 전했다. 쇼타는 “마차르가 피웅덩이가 된 바닥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의식을 잃지 않고 의사소통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열린 문으로 쇼타는 자신과 함께 4명이 조종실에 진입해 부조종사를 제압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당시 이 여객기에는 이스라엘인 166명을 포함한 승객 174명이 타고 있었다.
리야드 주재 인도 대사관은 X(엑스)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두 인도 공관이 마차르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마차르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북 시의 한 병원에 입원해 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대사관은 “그가 하루빨리 부상에서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도 대사관은 또한 마차르의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사우디 당국과 협력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X에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는데도 그는 맞서 싸우고 저항했다”며 “조종실 문을 열어 승객과 승무원이 공격자를 제압할 수 있게 했다”고 마차르를 칭송했다. 그러면서 “치명적인 공중 참사를 막아냈다”며 “그는 이스라엘 국민을 비롯한 (승객) 174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종실 문이 열린 뒤 용감하게 안으로 뛰어들어 혈투 끝에 부기장을 제압한 승객들도 ‘영웅’이라고 칭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1일 “또 다른 9·11 테러를 막았다”며 마차르를 영웅이라고 칭했다. 모디 총리는 X에 “가장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엄청난 용기와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그의 용감한 행동은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하고 큰 비극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칭송했다.
추락 여객기의 급강하를 막으려고 TV에서 본 것 대로 출력 레버를 당겼다고 증언한 승객 야니브 하윤이 피투성이인 옷을 입은 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로드에 있는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승객이었던 야니브 하윤은 자신이 여객기의 급강하를 막으려고 TV에서 본 것대로 출력 레버를 당겼다고 증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피로 얼룩진 티셔츠 차림의 이 승객 하윤에게 “위대한 영웅”이라고 감사인사했다. 하윤이 즐겨봤다고 언급한 TV 시리즈는 ‘항공사고 수사대’(캐나다 원제 ‘Mayday’)로, 항공 사건·사고를 다루는 다큐 프로그램이다. 하윤도 쇼타와 함께 조종실로 달려간 네 명의 승객 중 한 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행기를 한 번도 몰아본 적 없는 배관공이 조종간을 당겨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놀라워했다. 배관공은 하윤의 직업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단정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번 일에 관해 얘기했다”며 “부기장이 테러범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가 기장을 찔렀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명백한 테러 공격 시도’로 규정했다.
사우디 당국은 병원에서 용의자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을 집중적으로 심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 착륙한 플라이두바이 항공기에 탑승했던 이스라엘 승객들이 도착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환영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전날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승객 174명을 태우고 출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해당 여객기 FZ1073편(보잉 737 맥스 기종) 기내에서 부조종사가 기장을 흉기로 찌르고 기체를 급강하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여객기는 불과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고도 3만4000피트에서 1만7000피트로 급강하했다. 이 충격으로 수직 꼬리 날개에 달린 방향타가 파손됐다.
이후 하윤이 조종석 레버를 당겨 급강하를 멈춘 뒤 기체는 간신히 안정돼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북 공항에 무사히 비상착륙했다. 이후 탑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을 통해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부조종사가 기체를 장악해 탑승객 전원과 함께 추락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정 세력의 사주를 받지 않은 단독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채널12 방송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