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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알래스카 LNG 투자’ 발표에…김정관 “합의보다 더 나가, 러트닉에 항의”

중앙일보

2026.10.01 01:02 2026.10.0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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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0개월 넘게 이어진 한·미 협상 끝에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가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 직후 1호 프로젝트인 미국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첫 투자금 24억 달러(약 3조 2600억원)를 송금했다. 하지만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미국 측이 사실상 확정된 사업으로 발표해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는 등 엇박자도 드러났다.

1일 한·미 양국 정부는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양국이 지난해 7월 큰 틀의 관세 협상에 합의한 지 약 14개월, 같은 해 11월 전략적 투자 MOU를 체결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늘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중 하나를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 행정부가 한국과 체결한 합의에 따라 한국은 최대 2000억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텍사스 발전소와 대형 원전 8기를 차례로 언급한 뒤 “오랫동안 기다려온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도 있다. 이것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댄 설리번 알래스카 상원의원을 소개하며 “그는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을 거의 20년 동안 추진해왔고, 이제 우리가 이를 해내고 있다(we’re now getting it done)”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이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미국이 발표한 대미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워킹(working)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실제 양국이 이날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다. 투자 확정이 아니라 조건부 검토에 합의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이 담긴 1·2호 사업과 달리, 알래스카 사업은 투자액도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추진한다는 게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미국이 알래스카 사업을 국내적으로(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게 보이는 부분에 대해 러트닉 장관에게 오늘 아침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고 사업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김 장관은 전했다.

정부는 미국 측이 제시할 사업성 개선 방안을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알래스카 사업의 주요 걸림돌은 약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 구간의 인허가와 건설인력 확보 문제다. 김 장관은 “미국이 민간사업자의 사업권을 연방정부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사업형태를 바꾼다고 우리에게 얘기했다”며 “이러면 인허가나 인력 수급 문제에서 사업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프로젝트를 추진 과정에서 한국 공급업체의 참여를 지원하고, 이 사업을 통해 생산되는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적 접근권도 약속했다.

미국이 제시하는 사업 규모도 당초 670억 달러에서 최근 540억 달러, 500억 달러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김 장관은 “사업 규모가 불과 며칠 사이 100억 달러 줄어들었다는 것은 미국 측에서도 프로젝트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숫자가 줄어든 것 자체는 긍정적인데, 전체 숫자가 얼마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1호 사업으로 확정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는 이날 24억 달러의 첫 송금이 이뤄졌다. 총투자비는 223억 달러, 설비 용량은 약 6.5GW로 인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한다.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032년까지 전체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원전 사업은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 등 대형원전 8기를 건설하는 협력 체계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부지 선정 등 검토할 사항은 남아 있다. 러트닉 장관이 이날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 등에 건설될 것”이라고 지역을 구체화한 데 대해 김 장관은 “그 지명들은 미국이 원전 건설을 희망하는 주의 이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지역 내에서도 다양한 부지가 있는데, 지반·용수 등 상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건을 따져 최선의 부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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