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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 ‘아리랑’ 개봉 100주년…총독부에 뺏겼던 전단 복원해 광화문서 배포

중앙일보

2026.10.01 01:58 2026.10.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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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나운규 영화 '아리랑' 개봉 100주년을 맞아 '아리랑연합회' 등 7개 단체가 주최한 기념 행사. 종로3가 앞 옛 영화관 단성사에서 광화문, 창덕궁 일대를 '아리랑' 연주와 함께 행진했다. 정은혜 기자

1일 나운규 영화 '아리랑' 개봉 100주년을 맞아 '아리랑연합회' 등 7개 단체가 주최한 기념 행사. 종로3가 앞 옛 영화관 단성사에서 광화문, 창덕궁 일대를 '아리랑' 연주와 함께 행진했다. 정은혜 기자

“오늘 100년 전 나운규 선생이 실현하지 못한 조선총독부 야유 행진을 하고 왔다. 저희가 이것만큼은 이룩하고자 (행사를 준비) 했다.”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린 ‘2026 아리랑’ 선언식. 나운규 영화 ‘아리랑’ 개봉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김연갑 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나운규 선생이 영화감독이기 전에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몰라, 이를 알리고자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 ‘아리랑’이 서울 종로3가 옛 극장 단성사에서 개봉한 1926년 10월 1일은 일제 조선총독부 건물 준공식이 열린 날이기도 하다. 당시 나운규는 영화 홍보 명목으로 준공식이 열리는 광화문 일대 시가행진을 계획했다. 악대를 앞세워 아리랑을 부르며 영화 홍보 전단 1만부를 배포하려 했지만, 일제의 방해로 수포로 돌아갔다. 전단지는 몰수당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복원된 영화 '아리랑' 홍보 전단을 받은 외국인 관광객. 정은혜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복원된 영화 '아리랑' 홍보 전단을 받은 외국인 관광객. 정은혜 기자


이날 아리랑연합회·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등 7개 단체는 나운규가 못한 시가행진을 벌였다. 낮 12시 단성사에서 시작해 종각·광화문·경복궁·창덕궁을 거치는 행로다. 전통 악대를 앞세운 200여명의 행렬이 조선시대 각 지역 의복을 입고 어깨춤을 추며 아리랑을 부르자 행인과 관광객이 일제히 사진을 촬영했다. 100년 만에 복원된 영화 홍보 전단을 받은 한 외국인 관광객은 “이 거리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오후 2시에는 아리랑시네센터에서 ‘2026 아리랑’ 선포 기념식, 3시에는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최진용 전 국립극장 극장장은 “올해는 주시경 선생이 태어난 지 150년, 한글날 선포 100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개발한 지 100년 된 뜻깊은 해”라며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한글을 배우고, 더불어 아리랑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기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나운규 선생이 ‘아리랑’을 부른 BTS를 보며 하늘에서 고맙다, 고맙다 하실 것”이라고 했다.

10월 1일 전국 아리랑연합회가 옛극장 단성사에서 출발해 종각-총독부 건물(현 광화문)-안국동 -창덕궁- 단성사에 이르는 '나운규 아리랑의 길 대행진'을 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0월 1일 전국 아리랑연합회가 옛극장 단성사에서 출발해 종각-총독부 건물(현 광화문)-안국동 -창덕궁- 단성사에 이르는 '나운규 아리랑의 길 대행진'을 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화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농촌 배경의 무성 영화다. 3·1 운동에 참여했다가 고문당한 후유증으로 실성한 청년 영진의 이야기를 그려, 당대 최고의 화제작에 등극했다. 6·25전쟁을 거치며 영화 필름을 소실해 현재 원본을 볼 수 없다. 최 전 극장장은 “아리랑은 민족, 항일 영화를 넘어 영화사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신파 수준에도 못 미쳤던 우리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재해석한 영화 ‘나운규 아리랑’은 만담가 장광팔, 배우 김필·정은수, 소리꾼 장사익과 연극 연출가 표재순이 출연한 연극과 전통 악극극, 변사 형태로 연출했다. 김 이사장은 “이 행사를 외부 지원 없이 2년 전부터 준비했다. 전단을 복원하려 10년간 노력했는데, 나운규가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농중조’ 속 전단을 일본에서 입수해 복원했다”며 “영화 원본 필름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영회에 참석한 고종 황제 증손녀 이홍은 “제 할아버지 의친왕도 독립운동을 하셨다. 후손으로서 역사적으로 뜻깊은 행사라고 생각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10월 1일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 탄생 100년을 기념해 성북구의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영화 '나운규아리랑'이 상영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0월 1일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 탄생 100년을 기념해 성북구의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영화 '나운규아리랑'이 상영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리랑' 연극 번역에 참여한 재한 일본인 강은혜(키쿠치 에미) 후지아리랑회 회장은 “아리랑을 처음 접했을 때 말로 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 게 느껴져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한때는 역사적 문제가 불편했지만, 지금은 책임감을 느끼고 직시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함께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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