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 글레치 인근에서 바라본 론 빙하와 빙하호. 빙하 일부에는 녹는 것을 막기 위한 단열재가 덮여 있다. AFP=연합뉴스
스위스 빙하가 불과 5년 사이 전체 얼음의 19.4%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 내부에 거대한 공동이 생긴 뒤 무너지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빙하 소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빙하 관측망과 스위스 빙권관측위원회가 공동 작성한 연례 보고서에서 올해 첫 8개월 동안 스위스 빙하의 얼음 부피는 5.5% 감소했다. 2021년 이후 누적 감소율은 19.4%에 달했다.
올해 감소 폭은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2022년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겨울철 적설량이 적었던 데다 여름에 강한 폭염이 이어진 영향이다.
보고서 주저자인 취리히연방공대(ETH 취리히) 빙하학자 마티아스 후스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꺼운 얼음과 넓은 빙하가 있던 곳에 서면 놀랍다”며 “지금은 오래된 얼음 조각 몇 개만 뜨거운 바위 위에서 녹고 있는 달 표면 같은 바위 사막”이라고 말했다.
빙하가 사라지는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 표면이 녹아 후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현상을 잇달아 관찰하고 있다.
빙하 아래로 흐르는 물이 얼음을 파내면서 내부에 큰 공동이 만들어지고, 이를 덮고 있던 얼음이 무너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빙하가 갈라지면서 후퇴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후스는 “얼음 한가운데 치즈처럼 거대한 구멍들이 생기고 그 천장이 무너진다”며 “이런 과정이 빙하를 찢어 놓고 후퇴를 더욱 빠르게 한다”고 말했다.
올해 완전히 사라진 빙하가 몇 개인지는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여러 소규모 빙하가 사라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온 상승도 가파르다. 스위스 기상청 메테오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4~9월은 1864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스위스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6개월이었다. 가디언은 유럽이 전 세계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으며 특히 알프스 지역에서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여름 더위는 빙하 손실이 사상 최대였던 2022년보다 심했지만 얼음 감소 폭은 당시보다 작았다. 연구진은 겨울이 끝날 무렵 눈 덮임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눈과 얼음의 융해를 촉진하는 사하라 사막 먼지의 영향이 2022년보다 적었던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후스가 지난달 방문한 플라탈바피른 빙하는 변화의 속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빙하는 불과 20년 사이 면적의 99%를 잃었다.
후스는 “당시에는 후퇴 속도가 그래도 정상적인 범위에 있었다”며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융해 속도가 완전히 폭발하면서 빙하가 해체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빙하가 말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