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여자 역도 86㎏ 이상급에서 합계 300㎏를 들어 올려 은메달을 목에 건 박혜정의 고백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이 제공 받는 식사는 감량 부담이 전혀 없는 최중량급 선수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미흡했다. 태국 테크볼대표팀이 채소와 닭고기 세 조각, 약간의 면이 전부인 경기장 식단을 폭로한 것도 같은 의미로 화제가 됐다.
점심에 닭고기 3조각 - 태국 테크볼 대표팀 감독의 점심식사. [사진 카오소드]
오는 4일 폐막을 앞둔 아시안게임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손님에게 최선을 다 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 ‘오모테나시’에 대한 기대감은 산산이 부서진 지 오래다. 부실 운영의 저변에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긴축 재정이 있다. 선수촌 건립 대신 임시로 설치한 컨테이너 숙소 화장실은 물이 샜다. 대형 크루즈선 객실 숙소에는 남녀 선수가 한방에 배정됐다. 나고야 시내 호텔에 여장을 푼 대만 야구선수들은 새벽 3시까지 직접 코인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했다.
농구 축구 등 구기종목 선수들이 이용하는 셔틀버스가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거나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한국 수영 단체전 일부 입상자들은 메달 대신 디지털 파일로 된 상장을 받았고 한국 하키 경기에선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됐다. 4강에서 맞붙은 여자축구 빅매치 한일전에 고작 998명만 입장할 정도로 흥행마저 참패다.
잘 곳 없어 새우잠 - 바닥에 누워 쪽잠을 청하는 대회 관계자들. [사진 X 캡처]
정작 개최 비용은 미리 정한 예산을 훌쩍 뛰어넘었다. 1000억 엔 안팎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3700억 엔(3조1810억원)으로 3.7배나 급증했다. 인플레이션과 엔화 약세, 일부 종목 확대에 따른 운영비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전체 비용 중 2800억 엔 가량을 떠안게 된 아이치현과 나고야시가 급히 일본 중앙 정부에 400억 엔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제로 손에 쥔 돈은 136억 엔에 그쳤다.
운영 인력의 수준도 낮았다. 일본 굴지의 광고대행사 덴츠가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비리 스캔들로 배제되면서 경기장 관리 업무는 프랑스계 회사에 쪼개기 위탁 됐다. 컨트롤 타워 역할은 국제대회를 치러 본 경험이 없는 지역 공무원들이 맡았다.
손으로 쓴 안내문 - 화이트보드에 손으로 쓴 야구장 관중석 안내문. [사진 X 캡처]
이번 대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천문학적 비용과 고도의 운영 역량이 필요한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0년 전 아이치현과 나고야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할 당시 경쟁 도시는 후쿠오카현이 유일했으나 비용 문제로 포기했다. 대회 운영 및 사후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하얀 코끼리(애물단지 시설)’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다.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인프라 건설 등에 41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수입은 1조원에 그쳤다.
2036년 하계올림픽이라는 더 거대한 이벤트에 도전 중인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이번 대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북은 지난해 국내 후보 도시 선정 과정에서 ‘저비용·고효율’을 내세워 서울을 제쳤지만, 6조원이 넘는 재정 부담이 가시화 되자 최근 200㎞ 이상 떨어진 서울시에 공동 개최를 타진했다. 이에 대해 체육계 관계자들은 “일단 대회를 유치하면 정부가 특별법으로 국비를 대줄 것이라는 낡은 셈법을 꺼내든 것 아니냐”며 우려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대변인 출신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은 “평창에선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간신히 흑자를 냈지만, 자생적 구조를 갖추지 못한 국제대회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면서 “1988년 올림픽 유산을 보유한 서울시와 달리 전북도와 전주는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철저한 경제적 검증과 예산 관리를 거치지 않으면 후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