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를 주식시장에 비유한다면 최고의 급등주로는 KT 위즈 중견수 최원준(29·사진)이 첫 손에 꼽힌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KT가 저점 매수한 그는 올해 최고의 활약으로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 구단 관계자들을 활짝 웃게 하고 있다.
최원준의 활약상은 숫자들이 증명한다. 9월까지 132경기에서 타율 0.347(545타수 189안타) 9홈런 72타점 114득점 27도루를 기록 중이다. 타율 3위, 안타 2위, 득점 1위로 타격 주요 부문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출루율도 0.429로 전체 3위다.
최원준은 지난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KT와 4년 48억원에 계약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다른 외야수 자원을 놓친 KT가 고육지책으로 시장가보다 더 주고 데려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지난 2016년 KIA 타이거즈에서 프로 데뷔한 최원준은 지난해까지 3할대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2017년과 2020년 각각 0.308와 0.326를 찍었지만, 모두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지난해 7월, 마운드 보강을 꾀한 KIA가 3대3 트레이드에 포함시켜 NC 다이노스로 보냈다. 마음이 편치 않았던 최원준은 지난 시즌에도 126경기 타율 0.242에 그쳤다. KT의 베팅에 대해 ‘몸값에 거품이 상당하다’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상황이 달라졌다. 최원준이 MVP급 활약을 펼치면서 각종 논란을 말끔히 잠재웠다. 팬들 사이에서 ‘삼전닉스’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 주식시장을 이끄는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름을 섞은 조어에 올 시즌 맹활약을 담아냈다.
최원준은 “팬들께서 좋은 의미로 붙여주신 별명이라 무조건 마음에 든다”면서 “들을 때마다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주식투자에는 일절 관심이 없지만,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바라듯 최원준은 200(시즌 200안타)이라는 숫자만 바라본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200안타는 지난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 2024년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최원준도 “200안타는 데뷔시절부터 목표로 삼은 기록이다. 올해 허리 통증으로 4경기를 쉰 게 아쉽지만, 끝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급등주를 보유한 KT는 9월까지 레이스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지난 2021년 이후 5년 만의 정규시즌 제패가 눈앞이다.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는 최원준의 존재가 더욱 반갑고 고마운 이유다.
KT가 선두를 유지한다면 최원준이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데뷔 후 개인 타이틀과 인연을 맺지 못한 그는 “(골든글러브는) 내 욕심 만으로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면서도 “KT의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만 바라보며 열심히 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