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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인의 읽는 클래식 듣는 문학] 소외당한 이를 위한 말러 ‘뿔나팔 가곡집’

중앙일보

2026.10.01 08:02 2026.10.0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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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벨 에포크’란 1871년부터 1914년의 기간, 곧 유럽 전역에 찾아온 약 40여 년간의 평화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유럽은 비약적인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고,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평화와 풍요를 맛본 사람들은 이 시기를 스스럼없이 ‘좋은 시절’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 말의 이면에는 씁쓸한 반어적 뉘앙스가 남았다. 어떤 이에게 좋은 시절이 다른 이에게는 절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르주아들이 누리는 풍요는 서민들에게는 꿈도 못 꿀 사치였다. 그리고 그런 격차는 예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예술계 또한 문화생산자의 이익과 문화소비자의 편익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장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점차 이탈해 갔다. 벨 에포크의 문화계는 그렇게 보통의 청자들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 저항했던 작곡가도 있었다. 유대인으로, 이방인으로 살아갔던 말러(사진)는 부르주아적인 예술이 그려내는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세계가 무척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실제 삶은 시궁창인데 고매한 천상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런 예술을 진실하다 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말러는 민요로 되돌아갔다. 부르주아지의 이상화된 민요가 아니라 밑바닥 인생의 삶을 가감 없이 묘사한 것이다.

말러는 굶어 죽는 아이, 추방당한 사람, 탈영했다 잡힌 군인, 연인을 잃은 여인, 인신매매 당할 뻔한 아이, 총알받이, 사기당한 사람 등 사회의 보호 바깥에 놓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들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노래로, 교향곡으로 만든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사실 오늘날에도 도처에서 벌어진다. 소외당해 본 사람만이 이름 없는 자의 설움을 이해하는 것일까. 배제되고 탈락한 무수한 인생에다 목소리를 되돌려주기. 그것이 말러 음악 핵심 중 하나인 가곡집 ‘소년의 마술 뿔나팔’의 의의다.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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