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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의 마켓 나우] 카르다쇼프 0.7 단계, AI로 넘느냐 마느냐

중앙일보

2026.10.01 08:04 2026.10.0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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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전임교수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전임교수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한목소리로 AI 개발 감속을 외치고 나섰다. 인공일반지능(AGI)이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자발적 성찰로 포장된다. 이는 순진한 해석이다. 실상은 바닥난 자원 때문이다. 사전 학습의 수확 체감, 고품질 데이터의 고갈, 그리고 송전망 용량의 한계에 부딪히자 최첨단 AI 연구 기업들이 자본과 인프라의 벽을 숨기기 위해 짜낸 시간벌기용 출구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번 소동으로 생성형 AI는 전력망과 감가상각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냉혹한 장치 산업임이 드러났다. 기술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용량이나 연산력(FLOPS,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으로 덩치를 자랑해 왔지만, AI가 가져올 문명 대전환의 크기를 재는 진짜 척도는 에너지를 얼마나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다. 이를 가장 선명하게 설명해 주는 틀이 바로 ‘카르다쇼프 척도(Kardashev Scale)’다.

카르다쇼프 척도는 문명이 이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으로 발전 단계를 구분한다. 행성에 도달하는 에너지를 모두 활용하는 유형 1(1.0), 태양 같은 항성의 에너지를 포집하는 유형 2,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 장악하는 유형 3으로 나뉜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여전히 0.7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자기 행성의 에너지조차 온전히 다루지 못하는 문명에서 생성형 AI가 촉발한 전력 폭식은 자원과 열을 밖으로 보낼 수 없는 ‘닫힌계(close system)’인 지구의 균형을 정면으로 위협한다. AI 기업들의 감속 선언은 알고리즘의 결함이 아니라, 인류가 이 ‘에너지 제약선’에 부딪힌 필연적 결과다.

진짜 문명사적 위험은 초지능의 반란이 아니라 바로 이 에너지 제약선에 있다. AI발 파국이 온다면 지상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이 부른 탄소 배출과 폐열이 기후위기를 폭주시키는 경로가 훨씬 개연성 높다. 닫힌계인 지구 안에서 수백 기가와트(GW)의 전력을 더 끌어 쓰겠다는 발상은 진보가 아니라 자해다. 인류가 사용할 진정한 핵융합 역시 지상의 인공 핵융합로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천연 핵융합로의 에너지를 지구 밖에서 거둬들이는 방식이어야 한다.

결국 에너지 획득과 연산 시스템을 지구 밖으로 옮기는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공상이 아닌 피할 수 없는 로드맵이다. 지상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폭식은 인류가 지구라는 닫힌계를 벗어나 우주로 확장해야 하는 전환기에 섰음을 말해준다. 지표면에 갇혀 자멸할 것인가, 우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카르다쇼프 문명의 다음 단계로 도약할 것인가. 그 성패를 가를 갈림길이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 놓여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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