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의 손을 잡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 정부가 검토 중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도 확정된 것처럼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10개월 넘게 이어진 한·미 협상 끝에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가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 직후 1호 프로젝트인 미국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첫 투자금 24억 달러(약 3조2600억원)를 송금했다.
1일 한·미 양국 정부는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7월 큰 틀의 관세협상에 합의한 지 약 14개월, 같은 해 11월 전략적 투자 MOU를 체결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대미 1호 투자 사업으로 확정된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과 관련해 이날 24억 달러의 첫 송금이 이뤄졌다.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총사업비 223억 달러를 들여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내용이다. 설비 용량은 약 6.5GW(기가와트)다.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032년까지 전체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인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한다. 소규모 집행까지 포함한 전체 투자 기간은 약 7년으로 예상된다.
발전소 전력을 구매할 데이터센터와 전력구매계약(PPA)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사전 브리핑에서 “데이터센터를 짓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서 전력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수요자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과 적절한 시점에 PPA를 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설계·조달·시공(EPC) 등 사업 전 과정에 한국 기업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 장관은 “한국 기업이 EPC를 맡기로 계약된 것은 아니다”며 “주요 기자재뿐 아니라 주변 기자재 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2호 프로젝트로는 한국형 APR1400 2기를 포함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가 합의됐다. 전체 재원은 건설비 1000억 달러와 공사비 초과에 대비한 예비비 200억 달러를 합쳐 최대 1200억 달러다. 예비비는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액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미국 측이 사실상 확정된 사업으로 발표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이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추진한다는 게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미국이 알래스카 사업을 국내적으로(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게 보이는 부분에 대해 러트닉 장관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고 사업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김 장관은 전했다.
실제 양국이 이날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다. 투자 확정이 아니라 조건부 검토에 합의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