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참여가 마치 확정된 듯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500억 달러 이상’이라는 투자 규모까지 언급했다.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란 우리 정부 설명에 비해 한참 앞서간 얘기다. 다분히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보로 보이지만, 투자 당사국이자 동맹국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발표라 유감스럽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양국이 발표한 팩트시트(설명 자료)에 담긴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총 3개다. 미 텍사스 가스화력발전소 건설과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한 원전 8기 건설, 그리고 추진을 검토하기로 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이다. 우리 정부가 알래스카 사업 투자에 신중한 건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혹한을 뚫고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난공사가 예상되는 데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건질 수 있을 만큼 경제성이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한때 사업 추진을 검토했던 엑손모빌 등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이 손을 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정치 일정에 맞춰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백악관 발표 현장에는 중간선거에서 경합이 예상되는 알래스카의 공화당 상원의원과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의 원칙으로 합의한 ‘상업적 합리성’도 시험대에 섰다. 대미 투자 협상이 미국이 올린 관세를 낮추기 위해 시작된 만큼 상대방의 요구를 마냥 배척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팩트시트에도 알래스카 사업 검토에 대해선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국내 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절차에 따라 사업성을 철저히 따지면서 미국 측에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최대한 요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 지지부진한 안보 분야 합의의 이행 속도도 끌어올려야 한다. 협상의 최종 성공 여부는 결국 경제·안보 양면에서 이익의 균형을 얼마나 관철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