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둘째)이 앤 공주(맨 오른쪽), 남편 티머시 로런스 경(왼쪽 셋째)과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백남순 작가의 ‘낙원(1936)’을 둘러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선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컬렉션 중 100여 점이 공개된다. [사진 삼성]
한국 예술의 2000년 역사를 유럽에 소개하는 자리에 영국 왕실 인사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경영진이 모였다.
삼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런던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 기념 갈라 디너를 열었다고 1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영국 정·재계와 문화계 인사 등 240여 명이 참석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함께했다.
영국 왕실의 앤 공주는 만찬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 참석해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부산 재한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린 앤 공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이크 로 등 영국 참전용사 3명에게도 존경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25 참전용사 피터 풀러브(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삼성]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인 유럽 기업·연구기관 경영진이 자리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 반도체 소재 기업인 머크의 카이 베크만 CEO, 반도체 정밀 광학업체 자이스의 안드레아스 페허 CEO,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벨기에 아이멕의 패트릭 반데나멜레 CEO 등이다. 카니슈카 나라얀 영국 인공지능(AI) 장관과 BT그룹·보다폰·스탠다드차타드 등 기업 경영진, 옥스퍼드대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테이트모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관계자 등 학계·문화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이 회장은 인사말에서 미술품의 ‘소유’보다 ‘보존’에 의미를 둔 선대의 철학을 소개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문화유산을 가꾸고 후대에 전한다는 신념으로 수집을 시작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 작품들을 보존하기 위해 힘썼다고 설명했다. 모친인 홍라희 명예관장에 대해선 고대부터 현대까지 컬렉션의 범위를 넓히는 데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저희 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과 문화는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 왔다”며 “이번 전시가 2000년에 걸친 한국의 창의성과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조지 오즈번 영국박물관 이사회 의장은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에 기여한 이건희 선대회장과 가족들의 헌신은 과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미래를 내다보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영국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영국박물관에서 1984년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다.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작품들이 미국 워싱턴DC와 시카고를 거쳐 유럽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 기간은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다.
삼성에 따르면 앞선 미국 두 도시 전시에는 총 19만5000명이 다녀갔다. 워싱턴 약 8만 명, 시카고 약 11만5000명이다. 워싱턴 전시는 최근 10년간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특별전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통한 교류는 지난 1월 워싱턴에서도 이뤄졌다. 전시 폐막 기념 갈라 디너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웬들 위크스 코닝 회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