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어제(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열흘 전 우리 장병 3명이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 폭발로 중경상을 입은 사건을 언급하며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규탄도 없었고,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자작극’ 주장에 대한 반박도 없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뉴스1
우선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공식화한 합참과 유엔사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합참은 ‘국경선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의 즉각 중단과 함께 북측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만약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향후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 대응을 경고한 것은 북한이 DMZ에 지뢰를 매설한 행위를 불법적인 정전협정 위반 행위이자 도발 행위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군 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은 합참의 경고와 맞지 않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번 사고는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지뢰 매설이란 도발 행위에 의해 일어난 결과다. 지뢰는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매설한다. 북한 관할 구역에 매설했다면 방어용이란 명분이 통하겠지만, 비무장지대에서 그런 일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이다. 왜 도발을 도발이라 규정하지 못하는가.
더구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측은 우리가 아니라 북한이란 점이 이번에 재확인됐다.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노력은 북한이 해야 할 일이고, 백번 양보해도 남북이 함께해야 한다. 국경 요새화란 명목으로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에 의해 명백한 피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데도 우리 한쪽만 긴장을 낮추는 조치를 하겠다는 대북 접근법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DMZ 지뢰 폭발 당시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다친 중사가 부대원들에게 자신보다 더 많이 다친 대대장을 챙기라고 명령한 뒤 사고 현장을 기어서 탈출하는 모습이 담긴 보디캠 영상이 공개됐다. 과연 북한 도발로 부상당한 전우를 지켜본 이들에게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들렸을지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