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호텔의 이발사로 일하던 A씨. 손이 빠르고 솜씨가 야무졌다. 실력 좋은 그를 찾는 단골 손님이 늘자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남보다 일찍 사표를 내고 동네에 작은 이발소를 열었다.
성실하고 센스있고 실력 좋은 A씨의 이발소는 금방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저가 프랜차이즈 이발소가 속속 들어서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밤 ‘내일’을 기약했다.
가족과 친구에게 손을 벌리고, 대출과 사채로 적자를 메우며 버텼다. 그렇게 3년, 그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 독촉전화가 울리고, 채권자가 찾아왔다.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선 A씨가 사라져야 했다. 그렇게 거리로 나와 노숙자가 된 지 어느덧 6년째다.
" 성실하게 망해버린 거죠. "
박기태 변호사는 A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빚의 고통에 허덕이는 이들에 대한 금융 상담을 12년째 지속해 온 그는 “그들이 개인적 역량이 부족하거나 나태해서 빚 갚기를 포기한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일해 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구조에서 밀려나면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결과라는 것이다.
박기태 변호사는 20년 전 노숙인 자립을 돕는 일을 하며 그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그는 "이제는 나태해서, 능력이 없어서, 사치스러워서 노숙인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며 "자본주의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모두 잠재적 노숙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 이토록 성실한 파산이, 과연 A씨와 같은 일부 사람에게 국한된 일일까요? "
박 변호사는 “앞으로는 갚지 못할 정도의 빚이 누구에게나 쓰나미처럼 몰려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산업 구조가 급변하면 가까스로 일상을 버티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한꺼번에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무 탕감은 필수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채무를 갚아가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또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그런데도 그가 10년째
“채무 탕감”의 필요성을 외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를 만나 물었다.
「
📌성실하게 망한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
」
Q : 채무 탕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여 년 전 대학생 때 우연히 노숙인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노숙인을 인터뷰해 오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무작정 노숙인이 가장 많다는 서울역 광장으로 갔습니다. 길바닥에 신문지 깔고 소주를 마시면서 노숙인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그들의 실체는 충격적이었어요.
사실 저는 노숙인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저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장애 등으로 아예 일을 못 해 노숙자가 됐을 거라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직접 만나본 노숙자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 이발사·주방장 등 전문 기술자, 자영업자 등 착실하게 일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빈틈없이 살아오던 이가 대다수였어요.
Q : 대체 이런 사람들이 왜 노숙인이 된 건가요?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을 거리로 내몬 결정타는 한 가지였어요.
바로 ‘빚’입니다. 하루에 수백 통씩 걸려오는 독촉 전화와 채권자, 사채업자들을 피하다 결국 거리로 숨어든 거였어요. 이들 중에 처음부터 감당하지 못할 액수를 빌린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실직을 당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 아프게 되는 경우처럼요. 이런 천재지변같은 순간, 당장 필요한 소액의 생활비를 빌린 게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 돈을 빨리 갚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죠. 그런데 무서운 함정이 있어요. ‘더 열심히’라는 성실함이 빚을 키우는 독이 되더라고요.
(계속)
“대출 이자를 왜 냅니까.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한 대가죠.”
성실하게 망한 이들의 빚을 합법적으로 탕감시키는 박 변호사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대출에 대한 당연한 권리라며, 빚더미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제도를 공개했다.
한편 망하기 직전 찾아오는 3가지 위험 신호와 함께 서울역 노숙자들이 망하기 전부터 입에 달고 산 말버릇까지.
‘돈 떼먹는 법 가르쳐주는 변호사’라는 비난 속에서도 성실한 파산자를 구원하는 박 변호사의 빚 탕감 방법,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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