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안전전담인력으로 일하는 양우석씨는 ″단순히 안전감독 만 하는 게 아닌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들과 정서적 교류가 이뤄져야 업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양우석씨
“현장에서 제일 우려되는 건 어르신들 건강이죠. 지난달에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지병이 있는데 당 섭취하는 걸 깜빡한 어르신이 급식 사업장에서 일하다 쓰러진 적도 있어요.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추가 안전교육을 편성했었습니다.”
서울 동작구 동작50플러스센터 소속 최은하(53)씨는 올해 처음 신설된 직무인 노인 일자리 안전전담 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다. 최씨 담당 사업장은 5곳. 안전을 살펴야 하는 노인 수는 260여명에 달한다. 최씨는 “만 60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지만 실제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의 평균 연령은 80대”라며 “단순히 사업장 안전사고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근무자의 평소 건강도 같이 챙기는데, 수백명을 일일이 살피기 어려워 현장 팀장 등 관리자와 자주 소통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의 날인 2일 현재, 노인 일자리 수가 115만개를 넘어서는 등 일터에 나서는 노인이 늘고 있다. 정부는 사업장 안전 관리를 위해 올해 처음 노인 일자리 안전전담인력을 배치했지만, 현장에서는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 참여자들을 제대로 살피고 지원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인 일자리 수 증가 그래픽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처음 배치된 노인 일자리 안전전담인력은 전국 607명이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는 613명에 대한 예산이 반영됐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제 배치 인원은 조금 줄었다.
문제는 안전전담인력 한 명이 살펴야 하는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안전전담인력 한 명당 참여자 수는 서울이 평균 555명, 경기도가 850명에 달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천은 한 명이 평균 2813명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1인당 담당 참여자가 가장 적은 세종(186명)과 가장 많은 인천은 약 15배 차이가 난다. 강원도 원주시의 한 복지관에서는 안전전담인력 1명이 담당하는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6200명에 달하기도 했다.
노인일자리 안전전담인력으로 일하는 양우석씨는 ″단순히 안전감독 만 하는 게 아닌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들과 정서적 교류가 이뤄져야 업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양우석씨
때문에 현장에서는 참여자의 안전을 세세하게 살피고 지원하란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동작구 흑석종합사회복지관에서 올해 1월부터 안전전담인력으로 일하고 있는 양우석(60)씨는 노인 일자리 참여자 약 140명을 맡고 있다. 그중 도시락 배달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만 100여 명이 넘는다.
양씨는 “어르신들이 재개발 지역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20~30분 걸어야 할 때도 있어 낙상 등 안전사고 위험을 늘 살펴야 한다”며 “일반적인 산업 안전 관리와 달리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마음을 열고 건강 상태를 살피는 과정도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혼자 수십명을 세심하게 살피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인력이 더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안전전담인력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노인 일자리 안전전담인력 규모를 오는 2029년까지 총 2504명으로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인력의 양적 확대와 함께 안전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용 구조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참여자의 건강과 사업장별 위험요인을 지속해서 파악해야 하는 특성상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이해가 축적된 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배치된 안전전담인력은 모두 계약직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 신청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족한 안전전담인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연속성 있게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 노인 일자리 관리자도 안전 업무를 함께 맡도록 기준을 마련해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안전은 인력과 예산을 아껴서는 안 되는 분야”라며 “노인 일자리가 꾸준히 확대되는 만큼 안전전담인력이 참여자들의 안전을 세심히 살필 수 있도록 안전교육 강화와 인력 충원 등 처우 개선이 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