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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친일파 글씨 구분 못한 국중박, 이번엔 고려불화 위작 논란

중앙일보

2026.10.01 13:00 2026.10.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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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3점. 왼쪽부터 제5염라왕, 제8평등왕, 제10오도전륜왕.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3점. 왼쪽부터 제5염라왕, 제8평등왕, 제10오도전륜왕.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고려불화 전시에 출품된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의 ‘시왕도’ 3점이 일본에서 제작된 상업용 위작(僞作)이라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국중박은 해당 작품을 2010년 ‘고려불화 대전’ 때 미국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고려 후기 작품으로 소개한 뒤 이를 구입·소장해 왔다.


이 같은 주장은 고려불화 연구를 40여년간 선도해 온 정우택(73) 동국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 불교회화 명품선 6』 속 논고 ‘칠사 지장시왕도와 조선조 전기 불화’에 실렸다. 정 교수는 조선전기 불화 연구 경향을 소개한 뒤 문제의 시왕도(약칭 ‘호쇼인 시왕도’)를 언급하면서 “왕과 권속 도상 전용(轉用), 조악한 화법, 질 낮은 바탕재 비단과 안료, 엉성하고 고의적인 손상과 수리 흔적, 초서체(草書體) 일본 문자 등 문제점”을 확대 사진들과 함께 제시하고 “일본 정가당문고 소장본을 바탕으로 모사한 위작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컬러 사진 필름이 일반화된, 195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면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중 제8평등왕. 세로 134.6㎝, 가로 59.5㎝.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중 제8평등왕. 세로 134.6㎝, 가로 59.5㎝.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해당 시왕도는 1961년 처음 존재가 알려졌을 땐 9폭 1세트로 인식됐지만 지난해 말 일본 군마현립근대미술관에서 추가로 1점(제3송제왕도)이 발견되면서 총 10폭 1세트임이 밝혀졌다. 미국 호놀룰루미술관(3점)·덴버미술관(1점)·하버드대 세클러미술관(1점)에 각각 소장돼 있고 개인이 소장한 4점 중 3점은 국중박이, 나머지 1점은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사들였다. 중세 한국의 사후세계관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 클리블랜드 측은 흩어진 10점을 한데 모아 “14세기에 그려진 시왕(Kings of Hell) 10점의 역사적인 재결합”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들 10점을 ‘고려불화’로 분류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1일 중앙일보에 “2010년 하버드 소장 1점을 현지에서 보고 고려불화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최근 군마미술관 1점까지 10점 중 9점을 실견·분석한 결과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위작이라는 판단은 최근에 하게 됐지만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2회 동악미술사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도 ‘호쇼인 시왕도’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국내외에 전해지는 고려불화 170여점을 전수 조사한 유일한 학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중 제5염라왕. 세로 134.2㎝, 가로 59.4㎝.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중 제5염라왕. 세로 134.2㎝, 가로 59.4㎝.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별도로 지난 6월 덴버미술관을 방문했던 보존처리 전문가 박지선 정재문화재연구소 대표도 그곳 소장품 1점을 실견한 결과 “여러차례 고려불화를 보존처리한 입장에서 해당 작품은 기법도 채색도 결코 고려불화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미국 5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클리블랜드미술관의 임수아 큐레이터는 지난달 29일 통화에서 “그간 연구성과를 통해 이 시왕도가 고려불화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위작 지적’에는 “작품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상적 근거 등으로 뒷받침한 박은경 동아대 명예교수의 관련 논문을 전시도록에 수록했고,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중 제10오도전륜왕. 세로 133.2㎝, 가로 60.0㎝.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 미국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해 소장 중인 이른바 '호쇼인 시왕도' 중 제10오도전륜왕. 세로 133.2㎝, 가로 60.0㎝.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그간 학계에서 설왕설래가 있던 ‘호쇼인 시왕도’를 전시할 때마다 국중박은 ‘고려 후기 또는 남송’, ‘남송·원 혹은 고려’라고 하는 등 유보적 자세를 취해 왔다. 현재 홈페이지엔 ‘국적미상·시대미상’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를 고려불화로 분류하는 전시에 출품하게 된 건 “미술관 측 대여 요청에 응한 것으로 그쪽에서 근거를 확보했다고 들었다”(전시기획과 담당자)고 했다. 어느 고미술 관계자는 “국립 대표 박물관이 자체 소장품을 빌려주면서 국적·시기를 해외 미술관의 안목에 맡긴 꼴”이라고 꼬집었다.


국중박 유물관리부는 ‘위작 여부’와 관련한 본지 질의에 “소장처 6개 기관에서 모두 진품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정우택 교수의 주장은 학계 소수 의견”이란 입장을 전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이 작품이 진품이라면 그간 내 연구를 모두 뒤엎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이 소장한 '호쇼인 시왕도' 중 제4 오관왕. 2019년 구입한 이 작품을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홈페이지에 1300년대 후반 고려불화로 명시하고 있고, 이번 전시 때도 이를 확인시킨다는 방침이다. 사진 클리블랜드 미술관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이 소장한 '호쇼인 시왕도' 중 제4 오관왕. 2019년 구입한 이 작품을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홈페이지에 1300년대 후반 고려불화로 명시하고 있고, 이번 전시 때도 이를 확인시킨다는 방침이다. 사진 클리블랜드 미술관

익명을 요청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박물관 인력 한계로 인해 외부 전문가에 의지해 온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전문가들 입장이 갈리다 보니 학술적 취약성이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650만 관람객을 돌파한 국립중앙박물관이 학술연구 수행에서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10억원이던 학술연구 예산은 올해 6억4000만원에 그쳤다. 국중박은 최근 애국지사 유묵이라며 전시했던 작품이 친일파 글씨로 판명 나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 호쇼인 시왕도(寶生院 十王圖)=불교에서 사후 심판을 주관한다고 여겨지는 10명의 왕(十王)을 비단 10폭에 각각 세로 61.0~64.0㎝, 가로 45.0~46.0㎝ 크기로 그렸다. 일반적인 시왕도상과 마찬가지로 상방에는 왕과 권속이, 아래에는 지옥의 장면이 표현되어 있다. 열 폭 모두 뒷면 윗부분에 ‘喜多山 寶生院’이라는 소장인이 찍혀 있어 약칭 ‘보생원 시왕도’ 혹은 ‘호쇼인 시왕도’라 불린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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