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 대개편으로 경찰 역시 변화 기로에 섰다. 그동안 제한적이나마 검찰이 감당하던 사건과 고소·고발 건을 경찰이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야근, 휴일 근무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추가로 ‘사건 쓰나미’가 예상되면서 일선 경찰들은 수사 부서를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월 기준 검찰이 들고 있던 미제 사건 16만여건 상당수와 검찰이 접수하던 고소·고발 건 대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사건 적체와 고소·고발 증가로 수사 경찰 1명이 한해 배정받는 사건이 2021년 100.8건에서 지난해 133.8건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검찰 사건을 추가로 맡는다.
김영희 디자이너
여기에 더해 수사경찰들 사이에서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는 호소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1~7월 수사부서 1인당 한달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72.9시간이었다. 2023년 62.4시간에서 매년 증가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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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은 “추석 전 일요일에 출근했더니 부서 절반이 나와 있었다”라며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밀려드는 사건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한계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사부서에 1907명을 보강하고, 올 하반기에도 2100여명을 추가 배치한다. 하지만 주로 기동대 등에서 수사 외 업무를 하던 인원이 재배치된 것이라 즉각적인 수사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수사경과’-자진반납-경찰관-수(시점 수정)
이 때문에 일선 경찰의 수사 업무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사부서에 선순위 배치될 자격 요건인 ‘수사경과’를 반납한 경찰관은 지난해 565명에서 올해 633명으로 늘었다. 한 수사부서 간부는 “수사경과 보유자라고 승진 등이 유리하지 않다”며 “오히려 수사부서에 끌려갈 위험이 큰 것이다. 격무가 심하다 보니 수사부서에서 고충심의위원회에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지구대·파출소로 내려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수사력 제고는커녕 수사부서 기피 현상을 타개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 공정성에 비판 여론 역시 커지고 있는 점도 경찰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예산 확보를 통해 수사경찰이 장기 근속하며 수사 실력을 연마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경찰, 검찰이 사건 수사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면 앞으로 공소청 체제에서는 수사 방향 설계 등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