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미국 전체의 위암 발생률이 낮더라도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위암 위험은 일반 미국 인구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위암 위험은 출생 국가와 이민 배경, 가족력, 현재 및 과거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 감염,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과거 위내시경 및 조직검사 결과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할까?
“주치의가 위내시경은 필요 없다고 하는데요?”
진료하다 보면 한인 환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주치의에게 위내시경이 필요한지 물어봤는데,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이러한 상황이 생기는 데에는 미국과 한국의 위암 위험 차이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는 위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보편적인 검진 방법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의 일반적인 진료 기준만 적용하면 위내시경을 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위암 위험은 미국 전체 인구의 평균과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평균적인 위암 위험을 기준으로 한 접근이 모든 한인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단순히 증상의 유무만으로 위내시경의 필요성을 판단하기보다는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출생 국가와 연령
-미국으로 이주한 시기와 이민 배경
-위암 가족력
-현재 또는 과거의 헬리코박터 감염
-과거 위내시경 및 조직검사 결과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의 유무
중요한 것은 미국 전체 인구의 평균적인 위험을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자신의 위험도를 제대로 평가받은 뒤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위암 예방은 내시경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암 예방을 단순히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포괄적인 과정이다.
먼저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감염이 발견되면 치료하고, 치료가 끝난 뒤에는 실제로 균이 없어졌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과거 내시경과 조직검사 결과도 검토해야 한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과 같은 위암 전단계 병변이 있다면 그 범위와 정도, 추가적인 위험요인을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종합하여 누구에게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한지, 검사 후에는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추적 관찰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즉, 위암 예방의 핵심은 위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을 미리 찾아내고, 위험요인을 관리하며, 필요한 경우 적절한 내시경 검사와 추적 관리를 통해 위암을 예방하거나 치료 가능한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시작하는 위암 예방
위암 예방은 병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예일대학교 위암 예방 연구팀은 한인을 비롯한 위암 고위험 이민자 지역사회를 직접 찾아가 헬리코박터 감염을 검사하고,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을 치료와 후속 진료로 연결하는 지역사회 기반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검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제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며, 이상이 발견된 사람을 치료와 위내시경 등 필요한 의료서비스로 연결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고위험군을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해 의료기관에서의 위험 평가와 적절한 내시경 검사, 장기적인 추적 관리까지 연결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진료를 받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위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고 생각해도 어느 의료기관을 찾아가야 하는지, 전문적인 위험 평가를 받을 대상인지, 의사의 의뢰가 필요한지 또는 자신의 보험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몰라 진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특히 다른 주에 거주하거나 기존에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아 온 환자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보험 적용과 의뢰 절차는 보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실제로 진료가 가능한 경우에도 절차를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스스로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먼저 해당 의료기관에 문의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예일대, 위암 고위험군을 위한 전문 진료 확대
이러한 위험도 기반 접근을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하기 위해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위암 예방 및 스크리닝 프로그램(Gastric Cancer Prevention & Screening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위암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암 위험이 높은 사람을 미리 찾아 예방과 조기 발견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생 국가와 이민 배경, 위암 가족력, 현재 및 과거의 헬리코박터 감염,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이전 위내시경 및 조직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각 개인에게 필요한 예방, 검사 및 추적 관리 방향을 결정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의 위암 예방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고, 그 위험에 맞는 검사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