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Chicago

2026.10.01 13:5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손헌수

손헌수

2013년 5월 6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평범한 주택가. 주민 Charles Ramsey가 집 밖에서 여자의 비명을 듣는다. 한 여자가 이웃 집의 현관문 안쪽에서 필사적으로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자 이웃들이 모여 문 아래쪽을 걷어찼고, 마침내 성인여자와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그 틈으로 빠져나온다. 여자는 이웃집 전화로 911에 신고했다. “제 이름은 Amanda Berry예요. 납치됐어요. 10년 동안 실종되어 있었어요. 지금은 자유예요.” 경찰은 불과 몇 분 뒤 도착한다. 그리고 그 집 안에서 사람들이 오래 전에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던 여자 두 명을 더 발견한다. Michelle Knight와 Gina DeJesus였다.
 
사건은 그로부터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8월, 스물한 살의 미셸이 사라진다. 어린 아들의 양육권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에게 Ariel Castro라는 남자가 차에 태워주겠다고 접근했다. 미셸은 그의 차에 탔다. 그것이 자유인으로서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검찰 기록은 카스트로가 미셸을 자신의 집인 2207 Seymour Avenue로 데려가 감금했다고 밝혔다. 약 8개월 뒤인 2003년 4월 21일에는 Amanda Berry가 사라진다. 열일곱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버거킹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일주일쯤 뒤 아만다의 휴대전화로 어머니에게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 “아만다는 괜찮고 며칠 뒤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만다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1년 후인 2004년 4월 2일, 열네 살의 Gina DeJesus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다 사라진다. 지나는 납치범인 카스트로의 딸과 친구 사이였기 때문에 그를 알고 있었다. 카스트로가 차를 세우고 접근하자 그녀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같은 집으로 끌려갔다. 그렇게 세 여인은 클리블랜드 한복판의 평범한 집 안에서 세상과 끊긴 채 살아갔다.
 
카스트로는 자기 집에서 세 사람을 감금하고 폭행했으며 성폭행했다. 미셸은 감금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임신했지만, 카스트로의 폭행 때문에 강제로 낙태가 된다. 아만다는 감금 중 딸 조셀린을 낳았고, 2013년 탈출할 때 함께 나온 여섯살짜리 여자아이가 바로 조셀린이다. 범인 카스트로는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클리블랜드로 이주한 이민자였다. 오랫동안 클리블랜드에서 스쿨버스를 운전했지만, 여러 차례 징계를 받은 끝에 2012년 11월 해고됐다. 그는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2013년 7월, 937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선고 과정에서 그는 여성들과의 성관계가 대부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그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추가로 1,000년을 선고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13년 9월 3일, 카스트로는 감옥의 독방에서 침대 시트로 목을 매 숨졌다. 검시 결과는 자살이었다. 사건이 일어났던 카스트로의 집은 철거되었다.
 
세 여인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리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계속 살고 있었다. 미셸은 어려운 가정환경과 양육권 문제 때문에 어딘가로 떠났을 것이라는 추측 속에 점차 잊혀졌다. 아만다와 지나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뉴스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0년 동안 기다린 끝에 찾아 온 단 한 번의 기회에 그들은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은 아무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때가 아니다. 내가 외쳐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포기하는 순간이다. 아만다는 10년이 지나서도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그녀의 외침을 들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