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이 중동 지역에 세 번째 항공모함과 1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추가 파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작전 확대를 염두에 둔 증원인지, 임무 교대를 위한 파견인지는 확실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강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고려 중이냐고 되묻자 “그건 어디를 폭격할 것인지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에게는 무기가 많다. 지난 6개월간 비축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을 궤멸(annihilate)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다시 말했다. 스스로를 ‘평화의 대통령’으로 부르면서 어떻게 한 나라의 국민을 궤멸할 수 있다고 하느냐고 묻자 “이란을 궤멸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란이 있는 한 평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란전 장기화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언론 탓을 했다. 처음에는 6~8주면 끝날 것이라고 했던 이란전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트럼프는 “내가 더 밀어붙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몇 주 안에 작전이 끝날 것이라고 국민이 오해했다는 뜻이냐고 묻자 트럼프는 “그건 언론이 주입한(fed)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란은 합의를 원한다. 합의를 맺는 순간 유가는 떨어질 것” “탄약이 부족하다는 것은 가짜 뉴스” “호르무즈해협은 우리가 장악했고, 해안선은 초토화됐다” 등 기존의 주장도 이어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모항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지난달 27일 중동으로 출항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 배치하는 세 번째 항모다. 제13해병기동원정대 소속 해병대원들을 태운 상륙함 3척으로 구성된 메이킨 아일랜드 상륙준비단도 지난달 28일 출항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번에 추가로 파견되는 병력은 9000~1만명 수준으로, 11월 말까지 중동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WSJ는 “현재 중동 지역에는 조지 HW 부시함과 조지 워싱턴함 등 두 척의 항모가 이미 전개돼 있다. 루스벨트함이 도착한 뒤에도 워싱턴함이 잔류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3개 항모강습단 체제가 갖춰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루스벨트함 도착 이후 다른 항모 역시 계속 남아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워싱턴함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태평양에는 작전 중인 미국 항모가 없는 상태다.
AP통신도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출항 소식을 전하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다음 행보를 고심하는 가운데 이번 병력 이동은 이란전의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AP는 추가 파견되는 병력 규모를 약 9000명으로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압박의 수위도 계속 높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양대 자동차 제조사인 이란코드로(IKCO)와 사이파(SAIPA) 및 승용차·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자회사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란 최대 오토바이 제조사인 니루 모터 시라즈, 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홍콩 등지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도 무더기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자동차 부문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후원 네트워크와 깊이 얽혀 있다”는 게 재무부 설명이다.
미국이 해상 봉쇄를 이어가며 이란이 지난달 유조선에 원유를 전혀 선적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자체 집계한 예비 유조선 추적 데이터를 토대로 이란의 지난달 원유 선적량은 전무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 8월에는 하루 약 25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