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화재로 709개 정부 업무·민원 서비스 시스템의 ‘먹통’ 사태를 불러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이 2030년 문을 닫는다. 정부는 대체 센터를 마련하는 한편 1만5000여개 국가 정보시스템을 중요도에 따라 재분류해 재해복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주요 시스템의 이중화가 완전히 갖춰지는 데는 4년가량 더 걸릴 전망이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전하는 작업 중 불이 났다. 배터리와 전산장비가 같은 공간에 배치돼 피해가 커졌다. 당시 화재로 ‘정부24’ 등 정부 업무·민원 시스템 709개가 한꺼번에 멈췄고, 모든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95일이나 걸렸다. 재난 발생 시 다른 데이터센터가 곧바로 기능을 넘겨받는 이중화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허점도 드러났다.
대전 본원은 애초 데이터센터용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닌 KT 연구소 건물을 임차해 사용해왔다. 정부는 화재와 시설 노후화로 본원의 안정성을 더는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030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대체센터 마련 등을 위해 지난 7월 KT 컨소시엄을 국정자원 혁신계획 수립 사업자로 선정한 상태다. 황규철 행안부 인공지능정부실장은 “센터를 새로 짓거나 민간 시설을 임차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대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원에서 운영하는 시스템 가운데 올해 50개를 우선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내년부터 대상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황규철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실장. 뉴스1
1만5000여개 국가 정보시스템도 전면 재분류했다. 1년 전 화재 당시 국민 생명·안전·재산과 관련된 일부 중요 시스템의 등급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 사용자 수 중심에서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중심으로 기준을 바꿔 A1~A4 등급으로 나눴다. 가장 중요한 A1등급은 76개다.
A1등급 시스템에는 서로 떨어진 데이터센터에서 동일한 기능의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하는 ‘액티브-액티브’ 이중화 방식을 적용한다. 한쪽 센터에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센터에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재난 발생 시 1시간 이내 복구가 목표다. 등급별 복구 목표시간은 A2가 3~12시간, A3가 1~5일, A4가 3주 이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모습. 김성태 객원기자
다만 주요 시스템의 이중 운영 체계를 모두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전 본원의 A1·A2등급 시스템은 2028년, 국정자원 광주·대구센터의 A1·A2등급 시스템은 2030년까지 각각 구축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우선 안전디딤돌·디브레인·주민등록·119구급스마트 등 중요 시스템 13개를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국정자원 측은 “액티브-액티브 방식은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기 때문에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중요한 것부터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중화가 완료되기 전 또다시 대규모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2027년까지 본원·광주·대구센터의 A1~A3등급 시스템에 데이터를 별도로 보관하는 스토리지 기반 재해복구체계를 구축한다. 화재 원인이 된 UPS용 배터리의 안전 기준도 강화됐다. 올해 전국 공공 정보시스템 운영시설 145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56곳에서 리튬배터리가 강화된 기준에 맞게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해당 기관에 개선을 권고하고 이행 상황을 계속 점검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년간의 후속조치를 바탕으로 다시는 국정자원 화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