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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 ‘반전’…로보청소기가 원인 아니었다

중앙일보

2026.10.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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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오전 10시 27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불이 난 현장을 살펴보는 소방관계자들. 연합뉴스

지난 7월 21일 오전 10시 27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불이 난 현장을 살펴보는 소방관계자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지난 7월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두고 벽체 공간 콘센트에서 발생한 ‘트래킹’으로 소방당국이 결론 냈다. 트래킹은 전기부품 주변에 습기, 먼지 등 이물질에 불이 붙으며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2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공받은 해당 화재 사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재조사팀은 발화 원인을 ‘트래킹에 의한 단락’으로 최종 판단했다.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로봇 청소기 문제일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뒤집는 결과다.

트래킹 의심 지점은 건축설비나 각종 배관이 각 층을 거쳐 수직 통과하는 벽체 공간이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화재감정연구센터는 이 공간 내부에 있던 노출형 콘센트를 감정한 끝에 인입·접지 단자에 트래킹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확인했다.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순간적인 고열이 발생해 단자가 녹은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센터는 외부에서 화염이 덮치는 방식으로는 이런 용융흔이 생기기 어렵다며 일대 전선 등에서 트래킹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해당 호실은 인테리어 작업으로 발코니를 확장해 안방과 거실 등을 넓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발코니 쪽에 위치했다가 실내로 들어온 우수관·전기배선을 가리려 가벽을 세우면서 벽체 공간이 폐쇄적으로 형성됐다. 발화 지점인 콘센트도 인터넷 모뎀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벽체 공간 안쪽으로 설치됐다.

여기에 날씨 요인까지 겹쳤다. 사고 직전까지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대기가 습해져 우수관 주변에 습기와 결로가 생길 환경도 함께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조사팀은 “우수관 주변 습기·결로와 공간 내부 분진·이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콘센트 절연물 표면의 누설 전류 발생 및 트래킹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팀은 화염이 생긴 곳이 벽체 공간 안쪽이라 외부에서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화재 인지가 지연된 사이 화염이 커졌다는 것이다.

화재 당시 문제의 벽체 공간에는 로봇 청소기 충전 기기가 인접해 있었다. 화재 최초 목격자인 가사도우미는 주방에서 청소하던 중 이상한 소리가 나 안방에 가보니 로봇 청소기 부근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고 해당 세대 거주자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충전 기기 흔적을 분석한 끝에 내 단자나 퓨즈뿐 아니라 전원선·통신선·모터 등에서 전기적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감정했다.

조사팀은 이런 감정 결과와 함께 충전 기기 부근의 목재 지지대보다 벽체 공간 쪽 지지대의 연소흔이 훨씬 강하게 식별된 점도 고려해 로봇 청소기 발화설은 배제했다.

1978년 준공된 압구정 한양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으나 지난 7월 21일 발생한 이 화재에 따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65세 경비원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각 세대 현관문을 두드린 끝에 주민들이 무사 대피했다.



김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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