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반도체칩 TPU를 실은 스페이스X의 로켓이 지난 1일(현지시간) 날아오르고 있는 모습. 사진 구글X 캡처.
우주는 인공지능(AI)의 핵심 병목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기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구글이 AI 칩을 우주로 보내 태양광으로 가동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실험에 나섰다.
구글은 1일(현지시간) 자체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4개를 실은 시험위성을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위성업체 플래닛랩스와 협약을 맺고 제작한 냉장고 크기의 위성이다. 이날 위성은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해 구글과 교신에 성공했다.
TPU 4개의 연산 능력은 지상 서버 한 대 수준이다. 제미나이를 구동해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게 하는 실험이 가능하다. 구글은 1년간 이 칩들이 우주 방사선과 온도 변화를 견디며 정상 작동하는지 살필 계획이다. 태양광을 동력으로 쓰는 소형 위성이라 패널이 칩에 공급할 전력은 헤어드라이어 한 대 수준인 약 1킬로와트(kW)다.
구글이 지난 4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에서 공개한 8세대 인공지능(AI) 칩 'TPU 8t'와 'TPU 8i'의 모습. 연합뉴스
이번 발사는 구글 ‘프로젝트 선캐처’의 첫 궤도 실험이다. 3년 전 블레즈 아귀에라 이 아르카스 구글 리서치 부사장이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의 해법으로 제안해 시작됐다. AI 칩을 실은 여러 위성을 우주로 올려 레이저 등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처럼 쓰는 계획이다. 햇빛을 지속해서 받는 궤도라면 지상보다 최대 8배 많은 태양광 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구글은 내년에 위성 2기를 더 올려 실험한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선캐처가 시작된 3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 더 주목받고 있다. 전력난과 부지 부족에 더해 주민 반발까지 거세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기가 갈수록 어려워져서다. 이미 데이터센터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이다. 지난해 구글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환영했던 공화당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마저 지난달 빗발친 반대 여론에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 중단을 지시했다. 뉴욕주도 지난 7월 대형 데이터센터의 신규 환경 인허가를 최대 1년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했다.
구글 칩을 우주로 실어 나른 스페이스X는 협력사이자 같은 사업을 노리는 경쟁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지난해부터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개해왔고, 지난 2월 AI 기업 xAI도 인수했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으로 장비를 올리고,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운영 경험에 xAI의 AI 기술까지 결합하려는 시도다. 머스크는 인수 당시 서한에서 “2~3년 안에 AI 연산을 가장 저렴하게 수행하는 곳은 우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술적 한계도 만만치 않다. 스페이스X는 상장 전인 지난 5월 공개한 증권신고서에서 우주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상업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고지했다. 구글의 이번 시도도 아직 실험 단계다. 우주에서 칩을 약 15분 가동하면 즉시 멈춰 식혀야 해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번 발사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물론 우주 산업 발전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지상 데이터센터의 어려움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우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