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벤치에서 축구화를 집어던진 한국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가 작심발언을 했다.
한국은 2일 울산문수축구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0 무승부에 그쳤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8위로 한국(32위)보다 16계단 낮고 월드컵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팀이다. 수비에서 고군분투한 김민재는 후반 35분 교체돼 벤치에 앉은 채 축구화를 집어 던지며 분노했다.
2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 대한민국 김민재가 수비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민재는 경기 후 중계사 인터뷰에서 “반전이 필요한 경기였는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아쉬웠다.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며 “포백 얘기보다는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런 경기면 7-0으로 이기든, 9-0으로 이기든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후반 27분 베네수엘라의 슈팅 전개 과정만 보더라도, 페널티 박스 인근에 한국 필드 플레이어 9명이 있었는데도 김민재 혼자서만 2차례나 몸을 던져 수비했다. 나머지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봤다.
A매치 4연전 중 마지막 경기인 6일 우즈베스탄전을 앞둔 김민재는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이 하나가 돼 뛰어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모든 선수가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김민재가 베네수엘라 공역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재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먼저 김민재는 “월드컵 전에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데도 분위기가 안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홈 3연전을 하면서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주셨는데 결과를 못가져와 죄송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축구화를 거칠게 벗는 장면에 대해 “거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말을 아꼈다. “수비수들이 불쌍하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수비수들만 불쌍하다했는데 전체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한 키로(㎞)수를 얘기하는게 아니다. 90분 내내 같이 경합해야하고 싸워 이겨야하고, 경합에서 졌을 땐 주변 세컨볼을 잡아야한다. 그러면서 팀 퀄리티가 올라간다”고 했다. 이어 “밖에서 얘기가 나오더라도 팀 안에서 뭔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말한거다. 몇년 동안 그런 문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김민재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몰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교체 과정에서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감독과 얘기나눈 것에 대해 김민재는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4-4-2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중원싸움에서 밀린 것에 대해 김민재는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제 생각엔 다 같이 싸워야 한다”고 했다.
김민재는 고군분투했는데도 “저도 똑같다. 저도 다른 선수들이 보기에 싸워보이지 않고, 부족해 보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거다. 외부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안쓴다. 경기장 안에서 들어가면 열심히하고, 싸우고, 공을 빼앗아 잘하는 사람 주려고 한다”고 했다.
‘전술이 아닌 멘털이나 정신력 문제인 것이냐’는 질문에 한참이나 말이 없던 김민재는 “그렇다고하면 그렇겠죠”라고 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그런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경기 전에 했다”고 답한 뒤 믹스트존을 떠났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손흥민이 교체된 후 모레노 감독과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비수들이 불쌍하다” 김민재 작심 발언에 대해 모레노 감독은 “김민재는 우리 팀에서 상징적이고 중요하다. 뒤에서 팀을 이끌고 싸운다. 용기를 불어넣는 선수다. 그런 선수라 무승부라는 결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이야기는 할 수 있다. 다만 경기 직후 분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레노 감독은 “데이터상으로는 다 열심히 뛰었다”며 활동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재 발언에 대해 공격수 손흥민(LAFC)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공격수는 공격수대로, 수비수는 수비수대로 생각하는 게 있다. 나도 민재를 이해한다. 든든하게 버텨주기 때문에 공격수가 더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장이자 동료로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